1장 

  1.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2.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3.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
  4. 악인들은 그렇지 않으니 바람에 흩어지는 겨와 같아라.
  5. 그러므로 악인들의 심판 때에, 죄인들의 의인들의 모임에 감히 서지 못하리라.
  6. 의인들의 길은 주님께서 알고 계시고 악인들의 길은 멸망에 이르기 때문일세.

나의 묵상 

 

 많은 성찰을 하게 하는 문단이다.

 

1.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았는가?

2. 죄인의 길에 들지는 않았는가?

3.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았는가?

4. 말씀을 밤낮으로 되새겨 보았는가?

 

이 네 가지를 하지 않으면 바람에 흩어지는 겨와 같은 사람인 것인데, 나는 그렇지 않았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장이었다. 말씀을 진정으로 되새기면 1~3을 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악인과 죄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오만해지기도 한다. 죄의 길로 가고 싶을 때, 오만해지고 싶을 때 말씀을 읽으며 마음을 정돈하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만약에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책을 하며 더욱 죄의 길에 들어서지 말고 바로 성찰하고, 고해하고, 보속을 하며 그 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장 

 

  1. 어찌하여 민족들이 술렁거리며 겨레들이 헛일을 꾸미는가?
  2. 주님을 거슬러, 그분의 기름부음받은이를 거슬러 세상의 임금들이 들고 일어나며 군주들이 함께 음모를 꾸미는구나.
  3. "저들의 오랏줄을 끊어 버리고 저들의 사슬을 벗어 던져 버리자."
  4. 하늘에 좌정하신 분께서 웃으신다. 주님께서 그들을 비웃으신다.
  5. 마침내 진노하시어 그들에게 말씀하시고 분노하시어 그들을 놀라게 하시리라.
  6. "나의 거룩한 산 시온 위에 내가 나의 임금을 세웠노라!"
  7. 주님의 결정을 나는 선포하리라.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8. 나에게 청하여라. 내가 민족들을 너의 재산으로, 땅끝까지 너의 소유로 주리라.
  9. 너는 그들을 쇠지팡이로 쳐부수고 옹기장이 그릇처럼 바수리라."
  10. 자, 이제 임금들아, 깨달아라. 세상의 통치자들아, 징계를 받아들여라.
  11. 경외하며 주님을 섬기고 떨며 그분의 발에 입 맞추어라.
  12. 그러지 않으면 그분께서 노하시어 너희가 도중에 멸망하리니 자칫하면 그분의 진노가 타오르기 때문이다. 행복하여라, 그분께 피신하는 이들 모두!

나의 묵상 

 

 2) 주님을 거스른다는 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 뜻을 거스른다는 건 운명론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행하지 않고 악을 행하는 그런 상태를 이르는 것 같다. 반대로 주님을 따른다는 건 선으로 향하는 것이겠지.

4) 교만과 오만을 멀리하고 겸손하길.

8) 최근 기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무언가를 구하기보다는 혼자 자유의지로 해결하는 편이 좋고, 하느님도 그걸 바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간절한 기도와 이뤄짐을 경험하면서 기도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기복신앙은 멀리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게 뜻에 맞는 선한 내용이라면 마음껏 구해보는 게 좋겠다.

 


3장 

  1. 시편. 다윗. 그가 자기 아들 압살롬에게서 달아날 때
  2. 주님, 저를 괴롭히는 자들이 어찌 이리 많습니까? 저를 거슬러 일어나는 자들이 많기도 합니다.
  3. "하느님께서 저자를 구원하실 성싶으냐?" 저를 빈정대는 자들이 많기도 합니다. 셀라.
  4. 그러나 주님, 당신은 저를 에워싼 방패, 저의 영광, 저의 머리를 들어 올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5. 내가 큰 소리로 주님께 부르짖으면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응답해 주시네. 셀라
  6. 나 자리에 누워 잠들었다 깨어남은 주님께서 나를 받쳐 주시기 때문이니
  7. 나를 거슬러 둘러선 수많은 무리 앞에서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8.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 정녕 당신께서는 제 모든 원수들의 턱을 치시고 악인들의 이를 부수십니다.
  9. 주님께만 구원이 있습니다. 당신 백성 위에 당신의 복을 내려 주소서. 셀라

나의 묵상 

 

 

2-3) 최근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았다. 원래 시편을 그리 좋아하거나 깊이 공감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최근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면서,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로 괴로워하면서 보냈던 시간을 생각하며 묵상해보니 너무 많이 공감되는 구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용기가 생겼다. 4절에서처럼 나를 구해주실 거니까.

5) 2장 8절 묵상과 동일.


4장 

 

1) 지휘자에게. 현악기와 더불어. 시편. 다윗

2) 제 의로움을 지켜 주시는 하느님 제가 부르짖을 때 응답해 주소서. 곤경에서 저를 끌어내셨으니 자비를 베푸시어 제 기도를 들으소서.

3) 사람들아, 언제까지 내 명예를 짓밟고 헛된 것을 사랑하며 거짓을 찾아다니려 하느냐? 셀라

4) 주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한 이에게 기적을 베푸심을 알아라. 내가 부르짖으면 주님게서는 들어 주신다.

5) 너희는 무서워 떨어라, 죄짓지 마라. 잠자리에서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잠잠하여라. 셀라

6) 의로운 희생 제물을 봉헌하며 주님을 신뢰하여라.

7) 많은 이가 말합니다.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주랴?" 주님, 저희 위에 당신 얼굴의 빛을 비추소서. 저들이 곡식과 햇포도주로 푸짐할 때보다 더 큰 기쁨을 당신께서는 제 마음에 베푸셨습니다.

9) 주님, 당신만이 저를 평안히 살게 하시니 저는 평화로이 자리에 누워 잠이 듭니다.

 

나의 묵상 

 

 3) 나는 명예를 짓밟고 헛된 것을 사랑하며, 거짓을 찾아다닌 적이 많은 것 같다. 돈을 좋아하고, 물질주의적인 생각에 빠지고 등등.. 그것들이 쭉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안 지금은 그런 사고를 버렸다.

 6) 의로운 희생 제물을 봉헌: 요즘 보면 기부나 헌금 같은 것만이 봉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수녀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봉헌의 한 종류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걸 생각하면 봉헌을 돈이나 물건을 바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물질주의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 얄팍한 생각인 것 같다. 순교와 봉헌은 매 순간 진행되는 것이다. 내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나 나 자신을 봉헌해야 하는 상황도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도 봉헌할 수 있는 삶이 진짜 의로운 제물을 봉헌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9) 신앙만이 나를 평안하게 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아직은 늘 신앙과 함께한다고 하긴 어려운 수준이긴 하지만..

 

 


5장 

 

1) 지휘자에게. 피리에 맞추어. 시편. 다윗.

2) 주님, 제 말씀에 귀를 기울이소서. 제 탄식을 살펴 들어 주소서.

3) 저의 임금님, 저의 하느님 제가 외치는 소리를 귀여겨들으소서. 당신께 기도드립니다.

4) 주님, 아침에 제 목소리 들어주시겠기에 아침부터 당신께 청을 올리고 애틋이 기다립니다.

5) 당신은 죄악을 좋아하시는 하느님이 아니시기에 악인은 당신 앞에 머물지 못하고

6) 거만한 자들은 당신 눈앞에 나서지 못합니다. 당신께서는 나쁜 짓 하는 자들을 모두 미워하시고

7) 거짓을 말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십니다. 피에 주린 자와 사기 치는 자를 주님께서는 역겨워하십니다.

8) 그러나 저는 당신의 크신 자애에 힘입어 당신 집으로 들어가 경외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거룩한 궁전을 향하여 경배드립니다.

9) 주님, 저의 원수들 때문이니 당신의 정의로 저를 이끄소서. 제 앞에 당신의 길을 바르게 놓아 주소서.

10) 그들 입에는 진실이 없고 그들 속에는 흉계만이 들어 있으며 그들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고 그들 혀는 아첨하기 때문입니다.

11) 하느님, 그들이 죗값을 받게 하소서. 자기들의 음모에 빠지게 하소서. 그들의 죄악이 많으니 그들을 내치소서. 정녕 그들이 당신을 거역하였습니다.

12) 그러나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영원토록 환호하리이다. 당신 이름 사랑하는 이들을 당신께서 감싸 주시니 그들은 당신 안에서 기뻐하리이다.

13) 주님, 당신께서는 의인에게 복을 내리시고 큰 방패 가튼 호의로 그를 덮어 주십니다.

 

나의 묵상 

 

 4) 나는 아침기도를 하지 않고 저녁에만 기도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다. 하루의 시작을 신앙과 함께해야 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이 말씀을 보고 아침기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6) 악인은 하느님과 머물지 못하고 거만한 자들은 그 눈앞에 나서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진정한 악인들은 하느님과 머문다고 착각하고 다른 우상을 섬기거나 그릇된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하느님이 와도 자신은 그렇게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것 같다.

 6-7) 하지만 나쁜 짓하는 자들을 미워하시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 피에 주린 자, 사기 치는 자를 역겨워하신다고 하셨으니 이 네 가지는 나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9) 나쁜 길로 빠지려다가도 성경을 읽고 그의 말씀을 진정으로 들으려 하면 선을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시는 것 같다.

 10) 입에 진실이 없고, 흉계만이 들어 있으며, 그들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고 그들 혀는 아첨한다. 말에 진실을 담고, 선한 것들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아첨과 흉계, 거짓을 담으면 그건 파멸로 가는 길이니까.(잠언 참고)

 11) 다윗이 쫓기면서 한 말이기 때문에 얼마나 다윗이 위기였는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저주의 말보다는 다윗이 처한 위기를 시사하는 말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12) .

 13) 이런 구절들을 나는 믿지 않은 적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구절과 알맞는 일들을 많이 겪어서 그런가 요즘은 믿어지는 구절이다.

 

 * 여기서 "원수"나 "악인"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보면 성립한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원수는 멀리 있거나 남에게 있지 않다. 악을 저지르고자 하는 스스로도 그의 원수나 악인이다. 그렇지만 내가 유일하게 조절 가능한 악인이다. 눈에 보이는 악인보다 마음 속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내 속의 원수나 악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내게 더 유익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탈무드 | 샤이니아 - 교보문고

탈무드 | 『탈무드』에는 민족 존망의 위기를 딛고 세계 곳곳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온 유대인들의 인생 철학! 1%의 확률을 100%의 성공으로 이끌며 무에서 유를 창출한 유대인들의 성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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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먼저 개체로 창조되었다
. 이는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은 세상을 죽이는 것과 같고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무례한 행위는 곧 하느님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천사의 품성과 동물의 특성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우리는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사실은 매우 특별한 사랑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탈무드에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여 당신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고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이렇듯 그분은 인간에게 사람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는 온 세상을 파괴하는 것과 같으며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곧 하느님게 무례하게 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은 천사의 네 가지 품성(직립 보행하며, 말하고, 사고하며,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과 동물의 특징 네 가지(먹고, 마시며, 출산하고, 죽는다는 것)를 갖고 있다. 

 

 한 랍비가 말했다. "천사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지만 출산을 하지는 않는다. 세상 만물은 종족을 번성시킬 수 있으나 모두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나의 모습과 특징에 따라 인간을 창조했다. 신체적으로 인간의 외양은 천사와 구별되는 점이 없지만 동물과 마찬가지로 출산을 한다. 만약 내가 창조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없다면 그들은 영원히 살지 않고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창조한 인간이 천사와 차이가 없다면 그들은 영원히 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천사와 동물의 두 가지 특징을 조합해 인간을 만들었다. 만약 그들이 죄를 짓는다면 불안에 떨며 살 것이고, 바른 삶을 살다 죽는다면 천당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

 

 우리 몸은 하느님의 걸작으로 이는 그분의 끝없는 사랑을 잘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개체이다. 이는 인간이 미덕과 지혜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존재임을 보여 주고 하느님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인간은 같은 모형으로 똑같은 동전을 만들어내지만 하느님은 첫번쟁 니간 모형을 가지고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각자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강조하고 그 중요성을 온 세상에 드러내기 위함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득권층들이 좋은 집이나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달느 목소리, 용모와 영혼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이 개개인의 목소리와 용모를 다르게 한 것은 도덕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며, 각자 다른 영혼을 갖게 한 것은 비양심적인 사람들로 혼탁해진 세상을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사람 몸에는 모두 248개의 뼈마디가 있다. 발에 30개(발가락 하나에 3개씩), 발목에 10개, 아랫다리에 2개, 무릎에 5개, 허벅지에 1개, 엉덩이에 3개, 늑골에 11개, 손에 30개(손가락 하나에 3개씩), 팔뚝에 2개, 팔꿈치에 2개, 팔에 1개, 어깨에 4개 등 몸의 좌우 양측에 각각 101개씩 있다. 이 밖에도 척추에 18개, 머리에 9개, 목에 8개, 가슴에 6개, 생식기에 5개가 있다. 에어백은 바늘 하나만으로도 터져버리지만, 사람의 몸은 248개나 되는 구멍으로 공기가 출입하므로 쉽게 터지지 않는다.

 

 인간의 얼굴 크기는 손가락을 활짝 폈을 때의 손바닥 크기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얼굴에도 서로 다른 수원이 있다. 눈에서 흐르는 물을 짜고, 입에서 흐르는 물은 달며, 귀에서 흐르는 물은 기름지고, 코에서 흐르는 물은 메스껍다.

 

 눈물이 짠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슬픈 일을 당했을 때 한없이 눈물을 흘리면 눈이 상한다. 심하면 누이 멀기까지 한다. 하지만 눈물이 짜면 계속 울 수 없다.

 

 귀에서 흐르는 물에는 왜 기름기가 있을까?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말이 계속 귀에 머물러 있으면 마음속에 병이 생겨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귀에서 나오는 물이 기름지기 때문에 나쁜 소식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려보낼 수 있다.

 

 콧물은 왜 메스꺼울까?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악취를 맡으면 심한편두통과 더불어 콧물을 흘리게 된다. 이때 콧물은 우리 몸에게 당신 몸 상태 혹은 환경이 좋지 않으니 건강에 유념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듯 하느님은 인간에게 많은 기적을 보여 주셨으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사람이 딱딱한 빵을 그대로 삼키면 위장이 상하게 된다. 하지만 거룩하신 하느님은 사람의 인후에 샘구멍을 만들어 빵이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하였다. 

 

 신장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심장은 지적 능력에 영향을 주며, 혀는 음을 내고 기관은 소리를 낸다. 폐는 다양한 액체를 흡수하고, 간은 분노의 감정을 일으킨다. 담낭은간에 담즙을 보내 화를 가라앉힌다. 비장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대장은 음식물을 잘게 부순다. 담낭은 간에 담즙을 보내 화를 가라앉힌다. 비장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대장은 음식물을 잘게 부순다. 위는 사람을 잠들게 만들고, 코는 사람을 잠에서 깨운다.

 

 사람은 모두 여섯 가지 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중 세 가지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지만 나머지 셋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다. 전자는 입고 손, 그리고 발이다. 입은 사람 마음에 따라 책을 읽거나 긍정의 말, 부정의 말 등 온갖 표현을 할 수 있다. 손으로는 선행을 할 수도 있지만, 도둑질, 살인 등 악행도 저지를 수 있다. 발도 마찬가지다. 후자는 바로 눈, 귀, 코다. 이 세 가지 기관 때문에 사람은 원하지 않아도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고, 맡고 싶지 않은 냄새도 맡는다.

 

 

리뷰

(추후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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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인터내셔널 부커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작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역작을 다시 만나다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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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그런데 왜 자꾸 가슴만 여위는 거지. 이제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 영혜의 독백 중.

 

"고통 3부작"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한 이 책을"

 

- <작가의 말> 중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이 책은 총 2회독을 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2008년 정도라고 알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한강 작가님이 맨부커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하시면서 일종의 '역주행'을 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학교 도서관에 들어온 시기 내 친구가 학교 도서관의 학생 사서여서 이 책을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보게 되었다. 당시 사서 선생님은 이 책을 두고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엄청 칭찬을 하셨지만, 내 친구는 그 칭찬에 굉장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친구의 그 반응의 이유를 알고 싶어 책을 읽었다. 읽고나서 든 감정은 이런 내용과 묘사로 쓰이는 책이 있긴 하구나...라는 신기함이었지, 이 책에 대해 혐오감이 든다거나 좋고 나쁘고를 평가하고자 하는 감정이 드는 일은 일절 없었다. 그냥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글로 본 기분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강 작가님을 폄훼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김기덕 감독을 유럽에서는 '여성으로서 당할 수 있는 고통을 가감없이 묘사한 페미니즘 감독'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의 말이 한강 작가님을 폄훼하기 위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중학교 때 한 번 읽고 잊어버렸다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간만에 꺼내게 되었다. 그게 내 2회독이다.

 

 

줄거리 

 

1. 채식주의자: 영혜의 남편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평범하고 순종적이던 아내가 꿈을 꿨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된다. 이후 영혜의 변화를 남편과 가족은 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으로 이를 억압한다. 가족 모임에서 영혜는 고기를 거부하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폭행을 당하던 중 자해를 한다.

 

2. 몽고반점: 영혜의 형부 시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영혜의 몽고반점과 그녀의 신비로운 육체에 집착하며 성적인 판타지를 품는다. 아내(영혜의 언니)가 외출한 사이 영혜와 함께 퍼포먼스를 가장한 성행위를 하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한다. 결국 이 사실이 발각되어 그는 가족에게 쫓겨나고 영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3. 나무 불꽃: 영혜의 언니(인혜)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식사를 거부하며 식물이 되기를 꿈꾼다. 인혜는 동생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삶도 그렇게 되어감을 느낀다. 

 

 

채식주의자 

 

  • 영혜의 남편을 관점으로 이뤄지는 부분이다.
  • 영혜의 남편
    • 영혜와 결혼한 이유
      • 영혜에게 애정이 있어서가 아님
      •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을 안 가져도 되어서
      • 영혜에게 장점도 없지만 단점도 없어서
      • 영혜가 자신의 시녀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 "애초에 사랑하지 않으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 '젖가슴'이라는 키워드
    • 남편: "볼품없는 그녀의 가슴에 노브라란 어울리지 않았다"(영혜의 가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많다.)
    • 영혜: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야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 영혜는 젖가슴을 자주 드러내려 함
      • 벗은 이유를 물으면 영혜는 "더워서"라고 답함. -> 덥다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고기'에 대하여
    • 고기에 대한 잔인한 꿈을 꿈
    • 칼질을 좋아하지 않음
    • "고기 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나." -> 영혜에게 남편은 폭력적인 존재로 인식됨을 알 수 있는 문장
    • 영혜가 고기를 거절해도 폭력까지 해 가며 억지로 먹이려 하는 아버지와 이에 동참하는 가족들
      • 영혜는 손목을 긋고 병원에 입원함.
      •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 남편 회식 자리에서 조롱당한 영혜
      • 회식 자리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영혜에게 화를 내는 남편
    •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만들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흰 옷을 입은 영혜가 고깃덩어리를 지나며 피범벅이 됨. -> 즐거운 사람 사이에서 있을 자신이 없어 나무 뒤에 숨음 -> 떨어진 고기를 먹으며 느낀 식감, 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눈
      • 영혜의 감상: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한 느낌이었어.
      • 꿈을 꾸기 전날 있었던 일
        • 남편이 영혜에게 언어폭력을 함.
        • 영혜는 빨리 칼질하게 손가락을 베었음
        • 남편은 영혜의 피를 고려하지 않음: 음식을 씹다 칼을 발견했을 때 화냄
        • 영혜의 남편의 이기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음
    •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죽인 사람을 숨겨줬음 -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름
    •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 끝까지 잘리지 않아 계속 칼질을 하는데 영혜의 입 안에 침이 고임
      •  영혜는 이런 자신을 싫어함
    • 남편의 꿈: 남편이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살을 발라냄

 

 

몽고반점 

 

  • 영혜: "이제 꿈을 꾸지 않게 될까?"
  • 꿈에 나타나는 '뱃속의 얼굴'은 영혜 본인임.
  • 영혜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형부
  • 형부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 -> 영혜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는 <롤리타>와 비슷한 서술 방식

 

나무 불꽃 

 

  • 시곗바늘은 육중한 중추라도 매단 듯 좀처럼 빠르게 돌아가주지 않는다.
  • 인혜의 관점으로 전개됨.
    • 막을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사람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 영혜가 처음 이상해진 것은 삼여년 전 갑작스럽게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 영혜의 경우 동기가 그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채식의 동기가 불분명함)
    •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물구나무를 서머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영혜
    •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을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 꿈: 영혜가 인간에서 나무가 되는 꿈
    •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살 수 있어. 햇빛만 있으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정말 나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식물이 어떻게 말을 하니. 어떻게 생각을 해." "이제 곧, 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질 거야. 금방이야."]
    • "사람들이 자꾸만 먹으라고 해 ...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여. 지난번엔 먹고서 토했다구... 이젠 먹자마자 잠자는 주사를 놨어. 언니, 나 그 주사 싫어. 정말 싫어 .... 내보내줘. 나 여기 있기 싫어."
    • "...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 "비에 녹아서 ... 전부 다 녹아서.... 땅속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다시 거꾸로 돌아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거든."
    •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 그때는"
  1.  

 

리뷰 

 

  1. 일단 긴 우울증의 터널을 지나와서 그런지, 그만큼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학교 때 읽었던 <채식주의자>와 스물셋의 내가 읽은 <채식주의자>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중학교 때는 고통을 당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방관하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이후 성인으로 4년을 살며 쌓인 고통들로 인해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건 삶에서 겪은 고통이 쌓이면 쌓일 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2. 키워드 위주로 분석하며 보며 좋을 작품이다. 수능적인 분석으로 읽어도 좋을 작품.
  3.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지만, 굉장히 감명깊게 읽은 작품인 것은 맞다.
  4.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이라면 이 작품보다는 <흰>이나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고 싶다. <채식주의자>는 굉장히 매니악한 작품이라.
  5. 굉장히 짧은 작품이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작품이다. 필사한 것들을 모아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이 작품의 감성이 느껴질 정도로.
  6. 죽을 것 같은, 죽고 싶은 고통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7. 영혜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도 영혜의 고통을 이해해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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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습이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한창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세계문학전집에 빠지기 시작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김영하 작가께서 무인도에 가져갈 하나의 작품으로 고른 작품이 안나 카레니나였다.

이걸 보고 다시 떠오른 김윤아 솔로 콘서트에서 윤아언니가 처음 내놓은 문장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었다.

그뿐인가. 도스토옙스키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톨스토이의 문학작품이기도 했다.

게다가 뮤지컬이나 영화화로 많이 된 작품이라 도대체 어떤 작품인가...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게 많이 회자되는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줄거리 

 
* 다른 독서록들과 다르게 <책 내용 정리>를 넣지 않은 이유는 내용이 너무 많아 그 인상적인 내용을 다 적기 어려워서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더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을 모으고 모으고 모은 뒤에 적을 수 있을 것 같아 줄거리만 적어 둔다.
 
이야기1) 안나 카레니나는 카레닌과 형식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다리야와 스티바 집안의 불륜 문제 해결을 위해 모스크바에 갔다가 브론스키와의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불륜은 곧 러시아 사교계에 소문나게 되고, 안나는 사회적 비난과 남편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점점 고립된다. 결국 안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한 채 아들과도 떨어지고, 브론스키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안나는 불안과 질투, 소외감에 시달리다 기차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안나의 이야기는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다 사회적 억압과 자기파괴에 휘말린 여성의 운명을 상징한다.
 
이야기2) 레빈은 자연과 신앙, 농민과의 관계,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이상주의자이자 지주이다. 키티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인생의 많은 면을 배워가는 인물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을 닮은 인물로 레빈을 꼽았다고 한다.
 
한줄요약: 안나와 레빈의 삶을 병행적으로 그린다. 사랑과 도덕, 인간 존재, 당대 러시아 사회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이야기.
 

리뷰

 

  1.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특징일 수도 있겠는데, 글을 간단명료하게 잘 쓴다. 벽돌책으로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에 대고 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시대 작가인 도스토옙스키에 비하면 훨씬 읽기 쉽게 잘 쓰여있다. 두 작가 중 고민하고 있다면 톨스토이 작품으로 먼저 시작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3. 각각의 인물로 전부 들어가 그 심리를 묘사한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4. 당시 러시아 사회나 역사에 대해 알고 읽는다면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가 다를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6. 안나의 이야기로 재미를 얻고, 레빈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재미와 가르침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좋은 작품
  7. 재미있는 벽돌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길기 때문에 다른 책과 병렬독서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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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고통과 황홀, 그리고 그 잔인함을 이토록 강렬하게 표출해낸 작품은 없었다." - 서머싯 몸(면도날 저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당시 영어영문학으로 독학사와 학점은행제를 하고 있던 시기라, 영문학에서 이 작품이 언급됐었다. 영문학 3대 비극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며, 명작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희극보다는 비극을 좋아하는데다 이 작품이 엄청난 막장이라고 하기에 호기심이 들어 읽게 되었다.

 

 나는 세계문학전집 작품을 살 때 민음사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이때는 교보문고에 민음사에서 나온 폭풍의 언덕이 없어서 문학동네에서 나온 폭풍의 언덕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후에 친구의 책을 구매하며 두 번역본을 비교해봤는데 번역 퀄리티 자체는 문학동네가 조금 더 좋은 게 맞지만, 어투 같은 것들이 잘 맞는 건 민음사 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문학동네로 읽은 것을 팔고 민음사 번역본을 구매해 다시 읽을 예정이다. 

 

+) 작년 여름에 3/4 정도 읽고, 다른 책들을 읽느라 마무리짓지 못했다. 그러다 오늘 마지막까지 읽었는데 이 책의 진미는 내가 작년에 읽지 못한 그 부분에 있었다. 초반부는 지루하고, 중반부는 몰아치며, 후반부는 더더욱 몰아친다. 그 몰아치는 것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기억하고 싶은 부분 

 

  • 하지만 낙서의 내용은 똑같은 이름을 크고 작은 온갖 글씨체로 새긴 것이 전부였다. 캐서린 언쇼가 제일 많았고, 군데군데 캐서린 히스클리프로 바뀌거나 캐서린 린턴으로 바뀌었다.
  • 히스클리프라는 이름과 캐서린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떠올랐다. 잠이 깨기 전까지만 해도 새까많게 잊고 있었는데 ... "창틀에 새겨진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봤습니다. 같은 글자를 계속 읽으면 잠이 올까 싶어서요. 보통은 숫자를 세거나..."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나한테!" 히스클리프는 무지막지하게 열을 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떻게 .... 감히, 내 집에서... 맙소사! 미쳤으니 저런 말을 하지!" 그러고는 화를 못 이기고 제 이마를 쳤다. ... 나는 '캐서린 린턴'이라는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똑같은 단어를 한참 동안 읽어서 그런지 상상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이름의 느낌이 사람의 형태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동안, 히스클리프는 조금씩 침대로 쓰러지다가 결국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몸은 침대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의 불규칙한 숨소리는 그가 마음 속의 격렬한 감정과 싸우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 그는 침대로 올라가 걸쇠를 비틀어 풀더니, 덧창을 당겨 열면서 잡을 수 없이 격렬하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들어와! 들어와!" 그가 흐느꼈다. "캐시, 들어오라니까. 아아. 제발 한 번만! 아아, 나는 너뿐인데! 이번에는 듣고 있니? 캐서린, 지금은 들리니?" ... 이러한 광란에 동반된 격렬한 울음이 나도 뼈아프게 들려서, 나는 그의 슬픔을 동정하고 어리석음을 못 본 척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내가 이런 것을 목격했다는 사실 자체에 조금 화가 났고 내가 터무니없는 꿈 이야기를 해서 이런 괴로움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도 짜증스러웠다. 
  • 처음에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영락을 꿋꿋하게 견뎌냈습니다. 캐시가 자기가 배운 것을 히스클리프에게 가르쳐주건 자기도 밭으로 나가서 히스클리프와 함게 일하거나 놀았으니까요. 둘 다미개한 무지렁이들로 자라날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 하지만 두 아이는 아침애 내빼서 진종일 습지를 쏘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나중에 무슨 벌을 받든지 벌 따위는 웃어넘기게끔 되었지요 ... 조지프가 팔이 빠져라 히스클리프를 매질해도, 두 아이는 다시 있게 되는 순간부터, 최소한 뭔가 못된 복수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다른 것은 모두 잊어버렸어요. 두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방약무인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저 혼자 운 것만도 여러 번이었답니다. 의지할 데 없는 두 아이가 그래도 제가 하는 말은 조금 들었는데, 괜히 싫은 소리라도 하면 아이들이 제 말까지 안 듣게 될까 봐 겁이 났거든요.
  • 인간이란 바람 부는 대로 돌아가는 풍향계 같은 존재로다! ... 땅거미 질 때까지 우울과 고독에 맞서 싸웠으나, 결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으니 ...
  • "이건 괜찮은 거야." 캐서린이 소리쳤습니다. "천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더라. 그냥 그 말이야. 나는 세상으로 돌려보내 달라면서 정말로 서럽게 울었어. 천사들이 화가 나서 나를 집어 던졌는데 떨어진 자리가 폭풍의 언덕 꼭대기의 히스 밭이었어. 나는 너무 행복해서 엉엉 울다 잠이 깼어. 다른 꿈 이야기를 안 해도, 이제 내 비밀이 뭔지 알았겠지. 나는 천국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인 것처럼 에드거 린턴과 결혼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 저 안에 있는 고약한 인간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결혼 같은 것은 생각조차 안 했을걸. 지금 같아서는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나도 천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히스클리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가 알아서는 안 돼. 넬리,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린턴의 영혼이 우리의 영혼과 다른 것은 달빛이 번개와 다르고, 서리가 불꽃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인걸.
  • 그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나중에는 이러다가 내가 정말 미치는 게 아닌가 싶었어 ... 내 머리 맡에는 책상 다리가 있었고, 회색의 사가가형 창문이 희미하게 내 시야에 들어왔어. 내가 있는 곳이 내 방 침대 안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슬펐는데, 잠이 깨고 보니 왜 그렇게 슬픈지 기억이 안 났어 ... 내가 대체 왜 그렇게 슬픈지 기억해내려고 열심히 머릿속을 더듬었지.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내 인생에서 지난 7년이 통째로 없어져버렸어! 7년이 흐른 것 자체가 생각나지 않는 거야. 나는 어린아이였고, 아버지 장례식 직후였어. 내가 슬펐던 이유는 힌들리 오빠가 나랑 히스클리프를 떼어놓았기 때문이었어. 처음으로 혼자 자게 됐고, 밤새도록 울다 으스스한 선잠에서 깨어났던 거야. 상자문을 열고 나가려고 손을 뻗었는데 무은 없고 탁자가 있더라! 바닥을 더듬어보았지. 그랬더니 기억이 밀려왔어. 히스클리프와 떨어져야 했던 슬픔은 갑작스러운 절망감 속에 묻혀버렸어. 왜 그렇게 죽을 듯 불행한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어 ... 열두 살 때 폭풍의 언덕에서 나가야 했다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살던 곳을 떠냐야 했다면, 옛날 히스클리프와 같은 신세였다면, 그러다가 순식간에 린턴 부인이 되어버렸다면, 모르는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렸다면, 내가 살던 세계에서 추방당해 낯선 세계이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상상해본다면 너도 내가 느낀 아득한 절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 아아, 몸이 너무 뜨거워! 밖에 나가고 싶어! 다시 어린애가 되고 싶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용감하고 자유로운 아이! 상처를 입어도 분노하지 않고, 상처를 보면서 웃는 아이!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내가 왜 말 몇 마디에 피가 거꾸로 솟지? 다시 히스 밭에 들어서면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캐서린은 제가 말릴 틈도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서 창문까지 비틀비틀 걸어갔습니다. 그러고는 창을 활짝 열고 몸을 내밀더라고요. 살을 에는 듯한 칼날 같은 바람이 어깨를 후려치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더군요. ...
  • 그런데, 히스클리프,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있어? 네가 무덤 위로 올라오면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야. 나는 혼자 누워있지 않을 거야. 나를 깊은 땅속에 파묻고 나의 무덤 위에 교회를 세워도, 나는 네가 올 때까지 잠들지 못할 거야... 자지 않을 거야!
  • 히스클리프가 오로지 괴로움 때문에 부인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을 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부인을 보는 순간, 그도 저처럼 부인이 회복될 가망이 없다는 것, 명이 다했다는 것, 죽을 나리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았던 겁니다. "아아, 캐시! 너는 나의 목숨인데!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히스클리프의 첫마디였습니다. 굳이 절망감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 말투였습니다. 그때부터 그때부터 그는 캐서린을 뚫어져라 보더군요. 강렬한 시선만으로도 눈물히 맺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동자는 고통으로 타오를 뿐 눈물로 녹아 흐르지는 않았어요. "이제 와서 어쩌라고?" 캐서린은 뒤로 기대앉아 갑자기 어두워진 표정으로 그를 마주 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녀의 기분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풍향계 같았지요. "히스클리프, 너랑 에드거가 내 가슴을 찢어놓았잖아! 그래 놓고 둘 다 나를 찾아와서 마치 자기네를 불쌍히 여겨야 한다는 듯 한탄하는구나! 나는 네가 불쌍하지 않아. 조금도 불쌍하지 않아. 네가 나를 죽였잖아. 나를 죽이고 부자가 됐잖아. 너 참 질기구나! 내가 죽은 뒤에 얼마나 더 살려고 그러니?" ... "너를 붙들어두고 싶어" 캐서린은 침통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둘 다 죽는 그날까지 너를 붙들어두고 싶어! 네가 괴롭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 네가 괴로운 건 상관 안 해. 왜 너는 괴로우면 안 되니? 나는 괴로운데! 너는 날 잊은 거니? 내가 땅에 묻었는데 너는 행복하게 살 거니? 20년 뒤에는 이렇게 말할 거니? '저건 캐서린 언쇼의 무덤이다. 오래전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잃고 불행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이다. 그 후 나는 많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다. 지금 내 아이들은 그때 그녀보다 소중하다ㅏ. 내가 눈을 감을 날이 오면, 나는 그녀 곁에 가는 것을 기뻐하는 대신 아이들을 두고 가야 하는 것을 슬퍼할 것이다!' 이렇게 말할 거니, 히스클리프?" "그만해! 내가 너만큼 미치는 꼴을 봐야 그만할래?" 히스클리프 씨는 캐서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이를 갈며 소리쳤습니다. 냉정한 관객이 보기에 두 사람은 이상하고 무서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 "너 정말 악마에 홀렸냐?" 히스클리프는 난폭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게 죽으면서 내게 할 소리냐? 지금 하는 말이 모두 내 기억에 새겨져서 네가 나를 떠난 뒤에 영원토록 나를 갉아먹으리라고 생각 안 해? 내가 너를 죽였다는 말이 거짓말인 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캐서린, 내가 내 몸뚱이를 잊으면 잊었지 너는 잊지 못한다는 거 알잖아! 네가 고이 잠들었을 때 내가 지옥 같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리라는 것만으로는 네 악마 같은 이기심을 채우기에 부족해?" "나는 고이 잠들지 못할 거야." 캐서린은 신음했습니다. 급격하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자신의 육체가 쇠약한 상태임을 떠올렸겠지요. ...
  • "히스클리프, 네가 나보다 더 고통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야! 그저 우리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혹시 내가 했던 말이 훗날 너를 괴롭히거들랑 나도 땅속에서 똑같이 괴로워한다고 생각하고 부디 용서해줘! 이리 와서 아까처럼 무릎 꿇어! 너는 평생 나한테 나쁘게 한 적이 없었어. 야아, 네가 화를 풀지 않으면 나한테 들었던 심한 말보다 지금 나한테 화를 냈던 게 더 괴로운 기억이 될 걸! 아까처럼 이리 와봐! 얼른!"
  • "세상에, 저 애 좀 봐, 넬리! 나를 무덤에서 구할 수 있다는데도 계속 화만 내! 나를 사랑한다는 게 이 정도였어! 그래, 됐어! 저 애는 나의 히스클리프가 아니야. 난 나의 히스클리프만 사랑할 거야. 그 애를 데려갈 거야. 나의 히스클리프는 내 영혼 안에 있으니까." ... "그리고 있짆아, 제일 성가신 건 이 망가진 감옥이야. 나는 지쳐버렸어. 여기 갇혀 있는 데 지쳐버렸어. 내 소원은 저기 저 행복한 세상으로 도망쳐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걍. 저곳을 눈물 저편으로 희미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 아픈 마음의 벽에 갇힌 채로 저곳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저곳으로 가서 살고 싶은 거야."
  • "이제 보니 너 정말 잔인했구나, 잔인한 거짓말쟁이였어. 왜 나를 경멸했어? 캐시, 왜 네 마음을 배신했어? 나는 너를 위로할 말이 없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너를 죽인 건 바로 너 자신이야. 그래, 내게 입맞춤을 하든 눈물을 흘리든 마음대로 해. 나한테서 입맞춤을 가져가든 눈물을 가져가든 마음대로 해. 나의 입맞춤과 눈물이 너를 망가뜨릴 테니, 너를 죽일 테니. 너는 나를 사랑했잖아. 그런데 너는 무슨 자격으로 나를 떠났니? 무슨 자격으로... 말 좀 해봐, 린턴에게 싸구려 사랑을 느낀 거야? 곤궁도, 영락도, 죽음도, 하느님이든 사탄이든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는데, 네가 네 손으로 우리를 갈라놓은 거야. 내가 네 가슴을 짖은 게 아니야, 네가 내 가슴을 찢은 거야. 네 가슴을 찢으면서 내 가슴까지 찢어놓은 거야. 내 목숨이 질긴 만큼 내 괴로움도 질기단 말이야. 내가 살고 싶겠냐? 내가 어떻게 살겠냐? 네가 이미.... 제기랄! 네 영혼이 무덤에 있는데 너라면 살 수 있겠어?"
  •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용서할게. 나는 나를 죽인 너를 사랑하니까. 하지만 내가 너를 죽이다니!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 제가 유별난지는 모르겠지만, 고인의 침상을 지키고 있을 때는 항상 행복하답니다 ... 고인의 침상 옆에 앉아 있노라면 지상이나 지옥의 힘으로는 깨뜨릴 수 없는 안식이 눈에 보일 것만 같고, 영원하고 그들 한 적 없는 내세가 ㅡ 고인들이 얻은 '영원의 세계'가 ㅡ 영원히 죽지 않는 그곳, 사랑이 영원히 샘솟는 그곳, 기쁨이 영원히 가득한 그곳이 손에 잡힐 것만 같거든요. 저는 린턴 씨가 캐서린의 축복받은 해방을 그토록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런 헌신적인 사랑 속에서 적지 않은 이기심이 들어 있음을 깨달았답니다! 캐서린은 평생 제멋대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며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평화로운 안식처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물론 의심해볼 수도 있었을 거예요.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캐서린의 주검 앞에서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주검의 편안한 표정은 주검을 떠나간 영혼 역시 그렇게 평안하다는 표시 같았지요.
  • 캐서린 딸: "히스클리프 씨는 잔인한 사람이지만 악마는 아니잖아요. 단순히 악의만으로 내 모든 행복을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리지는 않을 거잖아요. ... 내가 돌아가기 전에 아빠가 죽어버린다면 내가 어떻게 더 살아요? 이제 안 울래요. 대신 히스클리프 씨에게 무릎을 꿇겠어요. 히스클리프 씨가 나를 봐줄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계속 쳐다볼래요! 안 돼요,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나를 봐주세요! 화내실 일은 하지 않을게요. 나는 히스클리프 씨를 미워하지 않아요. 히스클리프 씨가 나를 때린 것에 화가 나 있지도 않아요. 고모부는 평생을 살면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냐고요? 아아! 한 번만 이쪽을 보세요.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봐주세요. 가엾게 여기고 동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할 사람은 린턴밖에 없으니까. 당신이 나하고 린턴을 이간질하려고 애쓰는데,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진 못해! 내가 보는 데서 린턴을 괴롭히면 가만 안 둬.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안 무서워.
  • 하지만 나는 네년 좋으라고 그놈을 괴롭힐 생각은 없어. 네년이야말로 끝까지 고통을 맛볼 거다. 네년은 그놈을 미워하게 되겠지만 그것 내 탓이 아니라 다정한 그놈 성미 탓이야. 그놈은 네년이 도망치고 나서 당한 일 때문에 단단히 앙심을 품고 있으니까. 네년의 고귀한 헌신에 고마워하리라는 기대는 버려. 그놈은 질라를 상대로 자기가 나만큼 힘이 세면 네년에게 어떻게 갚아줄 건지 잘도 조잘대더구나. 마음은 있는데 체력을 대신할 책략을 짜겠지.
  • 린턴의 고약한 천성은 나도 알아. 당신의 아들이니까. 하지만 다행히 내 천성은 그보다 나으니까 용서할 수 있어. 그리고 린턴이 나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니까 나도 린턴을 사랑할 수 있어. 히스클리프 씨,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당신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어도 우리는 그 잔인함이 당신의 더 큰 불행 탓이라 생각하는 걸로 복수할 수 있어. 당신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잖아? 악마같이 고독하고 악마같이 질투하지.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당신이 죽어도 아무도 당신을 위해 울어주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같이 되지 않을 거야!
  • 내가 어제 뭘 했는지 알려주지! 린턴의 무덤을 파고 묘지기를 시켜 캐시 관에 덮인 흙을 치우라고 했어. 그리고 관 뚜껑을 열어봤지. 한때는 그 애 얼굴을 다시 보게 되면 영원히 그 애 옆에 누워 있으려고 생각했었어. 그 애 얼굴은 그대로더군. 내가 꼼작을 안 하니까 묘지기가 나를 물러나게 하려고 진땀깨나 흘렸지. 공기가 닿으면 얼굴이 변한다고 해서, 관 뚜껑을 닫은 다음 일부러 한쪽 옆을 내리쳐서 헐겁게 해놓았어. 린턴이 묻힌 쪽 말고! 그런 망할 놈의 관은 납땜을 해버리면 좋을 텐데. 내가 거기 묻힐 때가 오면 그 애 관의 헐거운 판자를 빼고 내 관에서도 헐거운 쪽을 빼라고 묘지기를 매수했어. 내 관을 그렇게 하라고 할 거거든. 그러면 나중에 린턴의 관이 썩어 그의 영혼이 우리 쪽에 올 때 쯤이면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볼걸!
  • 넬리, 내가 누굴 어지럽힌 게 아니야. 나 자신한테 약간의 안정을 주었을 뿐이야. 이제 내 마음도 훨씬 편해질 테니, 내가 죽은 뒤에 얌전하게 묻혀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 거야. 그 애의 안식을 어지럽혔다고? 천만에! 그 애야말로 나를 어지럽혔는걸. 밤이고 낮이고. 18년 내내, 끊임없이, 인정사정없이. 바로 어제까지도 말이야. 그런데 이제 다 끝난 거야. 어젯밤에는 마음이 편했어. 꿈을 꿨어. 잠든 그 애 옆에 누워 최후의 잠을 자는 꿈이었지. 내 심장은 멎어 있었고, 얼어붙은 내 뺨은 그 애의 뺨과 맞닿아 있었어. 하지만 만약에 캐시가 흙이 되어버렸다면, 아니 흙보다 끔찍한 모습이었다면, 그랬으면 무슨 꿈을 꾸었을까? 그 애하고 같이 흙이 되는 꿈을 꿨겠지, 더 행복한 꿈. 내가 그렇게 변하는 걸 겁낼 줄 알아? 관 뚜껑을 열 때 이미 그런 변화를 예상하고 있었어. 하지만 아직은 변하지 않는 쪽이 좋아. 그래야 나중에 나와 함께 변할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내가 그 애의 초연한 표정을 선명하게 보지 않았다면, 그 이상한 느낌을 여간해서는 떨치지 못했을 거야. 그 느낌은 묘하게 시작됐어. 너도 알다시피 그 애가 죽고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루 종일 그 애한테, 아니 그 애 영혼한테, 돌아와달라고 빌었잖아. 나는 정말 유령이 있다고 믿어. 유령은 분명 우리 곁에 있고. 지금 여기에도 있어!
  • 그 애가 묻히던 날은 눈이 왔어. 나는 저녁에 묘지로 갔지. 겨울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었고 주위엔 아무도 없었어. 바보 같은 그 애 남편이 그렇게 늦은 시각에 거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까지 올 일도 없었지. 그렇게 혼자서, 그 애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건 2미터 정도의 흙뿐임을 의식하면서 나는 혼잣말을 했어. '그 애를 다시 품에 안을 거야! 그 애 몸이 차가우면 내 모을 식히는 이 북풍 때문이고, 그 애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고 있어서라고 생각할 거야.' 나는 창고에서 삽을 가져다가 온 힘을 다해 땅을 파기 시작했어. 삽끝이 관에 닿은 다음부터는 손으로 팠어. 관 뚜껑의 나사가 헐거워지고 목표한 바를 곧 이루려던 참이었는데, 위쪽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누군가가 무덤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었지. '내가 이걸 어떻게든 뜯어내고 나면, 누가 저 삽으로 우리 둘을 같이 묻어주면 좋겠는데!' 나는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필사적으로 관뚜껑을 비틀었어. 그때 다시 한숨 소리가 났어. 이번에는 바로 내 귓가에서 들렸어. 따뜻한 입김이 진눈깨비를 실은 바람을 날려버리는 느낌이었지. 피와 살이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둠 속을 걸을 때 눈앞이 보이지 않아도 내가 지금 뭔가에 다가가고 있음을 감지하듯이, 나는 캐시가 거기 있음을, 관 속이 아니라 땅 위에 있음을 확실히 느꼈어. 갑작스러운 안도감이 심장에서부터 손끝, 발끝까지 퍼져나갔지. 나는 괴로운 노동을 포기하고 돌아보았어. 순식간에 말로는 표현 못할 위안이 느껴졌어. 그 애가 내 곁에 있었어. 그 애는 내가 무덤을 도로 메우는 동안 계속 곁에 있다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어. 웃을 테면 웃어. 하지만 그때 나는 정말 그 애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아서 그 애한테 말을 걸 수밖에 없었어.
  • 그 애가 곁에 있는 게 느껴졌어. 하지만 거의 보일 것 같으면서도 끝내 보이지 않았어! 그 애가 보고파서 마음이 얼마나 괴롭던지 한 번만 눈앞에 나타나달라고 얼마나 애타게 빌었는지 몰라. 그때 난 분명히 땀이 아니라 피를 흘리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 애는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어. 살아 있을 때 종종 그랬듯이 그때도 내게 악마 같은 짓을 했던 거야! 그날 이후 나는 줄곧 그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의 노리개로 살아왔어! 더할 때도 있고 덜할 때도 있었지만 지옥 같은 괴로움이 내 신경줄을 얼마나 팽팽하게 당겨놓았는지, 고래 힘줄 같은 신경이니 망정이지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린턴처럼 축 늘어져버렸을걸.
  • 그 애 방에 가서 자는 날은 - 그 짓도 관둬야했지만-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어. 눈을 감자마자 그 애가 창 밖에 나타나거나, 미닫이를 열거나, 안으로 들어왔어. 심지어 자기가 어릴 때 스던 배게에 그 귀여운 머리를 누일 때도 있었어. 그러니 눈을 뜨고 확인할 수밖에. 그렇게 하룻밤에 수백 번씩 눈을 감았다 뜨는데.... 눈을 뜨면 아무것도 없어! 고문이었어! ... 그런데 이제 그 애를 보고 나니 약간이지만 마음이 놓여. 그 애는 내게 18년 내내 허깨비 같은 희망을 품게 했어. 사람을 죽이는 방법 치고는 이상한 방법이지. 한 치씩도 아니고, 머리카락 할 올 두께만큼씩 죽이고 있으니

 

줄거리 

 

  요크셔 황무지에 위치한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과 트러시크로스 그레인지(Thrushcross Grange)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폭풍의 언덕 주인인 언쇼 씨가 데려온 고아 히스클리프와 언쇼 씨의 딸 캐서린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계급 차이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캐서린은 부유한 에드거 린턴과 결혼해 딸을 낳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과 언쇼 씨에 대한 분노로 몇 년 동안 사라졌다가 부유해져서 돌아온다. 그는 복수를 위해 린턴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하고, 캐서린의 오빠(힌들리)를 몰락시켜 폭풍의 언덕을 손에 넣는다.

 

그러던 중 캐서린은 심적 고통과 병으로 고생하다 사망하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딸을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키며 두 가문의 모든 재산을 차지하려 한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점점 광기에 빠지고, 결국 그녀의 유령을 좇다시피 하며 죽는다.

 

리뷰

 

  1. 러시아 문학 읽기 전 연습용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같은 인물 이름이 애칭(Cathy)로 나오기도 하고, 캐서린(Catherine)으로 나오기도 하는 게 러시아 문학의 특징과 유사하다. 물론, 러시아는 같은 알렉세이도 알료샤, 료사, 알렉세이 등등 너무 여러 개로 불러 폭풍의 언덕에 비해 당연히 어렵다.
  2. 굉장한 막장이다. 19세기판 <펜트하우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3. 보통 문학 작품은 문체(묘사)가 매력적이냐, 내용이 재밌냐로 갈린다. 그리고 보통은 둘 중 하나에 조금 더 치중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묘사도 매력적이고 내용의 재미도 다 잡는다. 
  4. 난도를 따져봤을 때, 내용 전개의 틀이 어렵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워서 그렇지 아주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 고전 문학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제인 에어나 오만과 편견 등을 먼저 읽고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5. 작품을 읽으며 영국 특유의 회색빛 하늘과 세븐 시스터즈에서 맞는 강렬한 바람을 떠올렸다. 실제로 영국에 다녀온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회색 하늘과 강한 바람이 불어닥치는, 오랜 바람의 풍파로 인해 옆으로 굽은 나무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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