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 서머싯 몸 - 교보문고

면도날 | 삶의 위대함을 넘어서는 고귀한 여정!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한 젊은이의 여정을 그린 소설『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 중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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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 카타 우파니샤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서점에 가면 뒷표지도 안 봤는데(줄거리 확인도 안 했다는 이야기이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책들이 간혹 있다. 그런 책들 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이 책이 그렇게 눈에 띄었음에도 몇 번을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3-4번 정도 무시했을 무렵 서점에 갔는데 역시 눈에 아른거리더라. '아, 이 정도면 인연이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라는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구매하게 되었다.

 

 이건 아주 내적 동기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엔 다른 계기도 있었다. 책 관련 예능에서 배우 문가영이 좋아했던 책들을 소개하는데 나랑 아주 똑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단테 신곡, 논어 등.. 교보문고를 갔는데, 문가영 추천 도서로 평대에 올라있던 책이 이 책이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내가 당시 깊이 생각하던 주제와 부합하다고 생각되어 구매 후 읽게 되었다.

 

 

등장인물 / 줄거리 요약  

 

  • 래리 대럴: 1차대전 참전 후 고향으로 돌아온 후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인물. 전쟁 중 친구의 죽음을 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백수로 살다가 파리로 건너가 깊은 공부를 해보지만, 파리에서 읽은 책과 공부했던 학문에서 그 답을 찾지 못해 폴란드와 인도 등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 속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책 전반에서 사회 속에 녹아들기보다 세속적인 사회와는 약간 거리가 먼 곳들에서 탐구를 이어왔으나, 결국에는 세속적인 사회로 돌아가겠다는 선택을 한다.
  • 이사벨: 래리의 전 약혼녀. 래리가 파리에서 공부를 마치고 결혼하기를 바랐으나, 래리가 추구하는 인생(물질적 안정이 우선이 아닌)과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물질적인 안정)이 상반되는 것을 깨닫고 돈이 많았던 '그레이'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래리를 잊지 못했나, 소피와 래리가 결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대놓고 화내는 장면이 나온다. 후반부에 몸이랑 이사벨의 대화 내용을 보면, 소피의 죽음에 이사벨의 영향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소피: 래리의 약혼녀. 술과 약에 찌들어 사는 여자.
  • 그레이: 이사벨의 남편. 부자였다가 대공황 이후 몰락한다.
  • 엘리엇: 이사벨의 사촌. 세속적인 성공과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며 공허한 인생을 산다.
  • 서머싯 몸(서술자)

 

1장 

 

  • 죽음은 모든 것을 끝내며 따라서 포괄적인 결론이다.
  • 고상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해피엔딩이라고 부르는 것을 비웃어야 한다고 경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  결혼 역시 꽤 괜찮은 마무리 방식이지만, ... 결혼으로써 이제 필요한 이야기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상적인 본능이다.
  • 마침내 남자와 여자가 하나가 되면 그들은 생물학적 임무를 완수한 셈이고 이제 관심은 그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 본래 사람은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더군다나 다른 나라 사람을 제대로 알기는 더더욱 힘들다.
  • 사람이란 오로지 그 사람 자체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역, 처음으로 걷는 방법을 배운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자연스럽게 들으며 자란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 이것들은 그저 남에게 전해 들어서는 알 수 없고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 엘리엇에 대한 서술
    •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후원해준 남자(엘리엇)가 큰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도 아직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사람들과 그가 매우 친밀하게 지낸다는 것이 조금 신경에 거슬렸다.
    • 그들의 화려한 이름이 그로 하여금 그들의 결점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렸다.
    • (사교 모임 속에서 승리감을 느끼는 엘리엇에 대해) 그 모든 것 뒤에는 모험과 영웅 같은 것에 대한 열렬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 때문에 그가 호리호리한 프랑스인 공작에게서는 루이 9세의 지휘 아래 성지 탈환을 떠난 십자군의 모습을, 여우 사냥을 즐기는 거친 영국인 백작에게서는 헨리 8세가 황금 천 들판으로 갈 때 왕을 수행했던 옛 조상의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 엘리엇은 광활하고 화려한 과거의 어느 순간을 살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 (래리와 이사벨에 대해) 부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 래리와 몸의 대화
    • 몸: 이걸 왜 읽고 있나? - 래리: 모르는 게 아직 많아서요. - 몸: 자넨 아직 젊잖아.
    • 몸: (대학에 입학할 것을 권하며) 경험 많은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면 더 빨리 많은 걸 깨닫게 되지. 이끌어 줄 누군가가 없으면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어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법일세.
    • 래리: 막다른 골목에 들어가 봐야 제 목표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몸: 자네의 목표는 뭔가? - 래리: 그게 문젭니다. 아직 목표를 모르겠어요.
    • 래리에 대한 서술: 어렸을 때부터 항상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나로서는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나는 순간 직감이랄까, 이 청년의 내면에서 혼란스러운 갈등이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 혼란과 불안감에 사로잡혀서 어딘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 (몸이 래리에게 왜 일자리 제안을 승낙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을 때 래리의 답):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 몸: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사람들은 흔히 작가가 되기도 한다네. - 래리: 저는 그런 재능이 없습니다.
    • 몸: 그럼 뭘 하고 싶은가? 래리: 그냥 빈둥거리고 싶습니다.
  •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거야.
  • 이사벨: 선생님,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할 사람이 없어요. 엄마는 엄마 입장에서만 보려고 하고 ... - 몸: 그게 당연한 거 아닐까?
  • 래리와 이사벨의 대화 
    • 래리: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 래리: 혼자서 하늘을 날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지. 이상한 생각들도 들고 ... 그냥 막연하고, 앞뒤도 안 맞고, 혼란스러운, 그런 생각들.
    • 래리: 뭔가 확실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할 것 같아 ...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어. 표현하려고 하면 혼란스럽기만 하고, 어떤 땐 이런 생각이 들어. '이런 것 저런 것을 고민하는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내가 거만하고 몹쓸 인간이라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나도 남들 가는 길을 가면서, 그럭저럭 세상사에 순응하면서 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이야. 하지만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녀석이 죽은 모습으로 누워 있던 게 떠올라. 그러면 모든 게 얼마나 잔인하고,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삶이란 눈 먼 운명의 신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인 실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 몸과 이사벨의 대화 
    • 이사벨: (래리를 기다린다는 본인의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어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밉긴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거든요.
    • 몸: 필경 래리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있을 테니까. 목표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건 래리 자신도 확실히 모르기 때문일 거야 ...그가 뭔가를 찾고 있는데 그게 뭔지 자신도 모르는 게 아닐까? ... 그것(전쟁 중에 겪은 사건 등을 이름) 때문에 생겨난 불안감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어떤 미지의 구름 속에 숨겨진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 이사벨: 무언가가 래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 몸: 그의 영혼을 말이지? 래리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몰라. 
    • 이사벨: (명랑했던 래리가 변한 것에 대하여)도대체 뭐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 몸: 때로 인간은 아주 작은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눈앞의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나 기분이 흐르기도 하지 ... 
      • 만성절(망자의 날)에 묘지 미사 때 몸이 느꼈던 것에 대한 진술: 그 작은 십자가들(묘비) 아래 누워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우리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 나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어.
      • 전투가 끝난 뒤 프랑스 병사들의 시신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몸이 느꼈던 것에 대한 진술: 마치 극다닝 망한 후라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서 먼지 가득한 구석에 쌓여 있는 꼭두각시 인형들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야. 래리가 너한테 했다는 그 말 있지,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그때 나도 그런 느낌이었어.

 

2장 

 

  • 엘리엇에 대한 묘사: 엘리엇은 상냥한 표졍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사교적인 가치가 전혀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 (가십거리)가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 이사벨이 래리에게 느끼는 마음: 래리와 있으면 그 누구와 있을 때보다도 편하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 이사벨과 래리의 대화
    • (파리에 와서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래리의 이야기에 대한 이사벨의 반응): 그런 것들을 배워서 뭐하려고 그래?
    • 래리: 지식을 얻는 거지.
    • 래리: 어쨌든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이제 막 뭔가 조금식 보이려고 하니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정신세계가 나를 부르고 있어. 난 그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
    • 이사벨: 거기서 뭘 찾고 싶은데? 
    • 래리: 내 의문에 대한 대답들.(신의 존재 유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는가, 내게 불멸의 영혼이 있는가, 현생에서 끝인가...)
    • 이사벨: 하지만 래리, 그런 질문들은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물어 온 것들이잖아. 만일 해답이 있다면 벌써 밝혀졌을 거야 ... 2학년 쯤에나 한창 몰두하는 것들이잖아. 대개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런 건 잊어버린다구.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니까 ... (그 질문에 대한 답을 10년이 걸리더라도 찾아내겠다는 래리의 말에) ... 그럼 그다음엔 어쩔 건데? 그런 것들을 알아낸 다음엔? 
    • 래리: 내가 해답들을 얻는다면, 그걸로 무엇을 할지도 알 수 있을 만큼 지혜로워지겠지.
    • 이사벨: (미국의 전망에 대해 밝게 이야기하며)아, 물론 당신도 나름대로 뭔가 열심히 하고 있겠지만, 결국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가? 일종의 고된 나태함에 불과한 게 아닐까?
    • 이사벨이 이야기하는 본인의 인생관: 래리, 난 제대로 살고 싶어.(물질적으로 풍족한 삶)
    • 이사벨: 대체 무얼 위해서? 해결할 수 없다고 당신 스스로도 말한,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차직 위해서/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사람은 일을 해야 해. 그게 사람이 태어난 이유야. 그래야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어.
    • 래리: 내가 제안하는 삶(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인생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인생)이 당신이 생가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끝없는 즐거움이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행복이야. 
    • 이사벨: 하지만 래리, 그거 알아? 당신은 나한테 맞지도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어. 내가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은 삶 말이야 ...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싶어.(물질적인 풍요를 원한다는 맥락). 당신히 말하는 삶은 시시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제발 부탁이니, 당신 자신을 위해서 포기해. 래리, 당신은 남자니까 남자다운 일을 하란 말이야.
    • 래리: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이사벨의 말에) 안 돼, 그럴 수 없어, 이사벨. 그건 내게 죽음과도 같아. 네 영혼에 대한 배신이야.
  • 래리와의 파혼 후 이사벨과 몸의 대화
    • 몸: 래리가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말한 것 기억하지? 그가 이사벨하테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은 사실 대단히 치열한 공부를 뜻하는 것 같아.
    • 이사벨: 뭔가 생산적인 일에다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 몸: 세상엔 이상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 범죄자가 그만한 노력과 영리함과 자원과 인내심을 다른 정직한 일에 쏟는다면 남부럽지 않은 위치에 올라 꽤 잘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태어나길 그런 사람으로 태어난 거야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에 너무 강하게 사로잡혀서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어쩌질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 그들은 어떻게든 그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 열망을 충족시키려면 다른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거고.
    • 이사벨: 래리가 죽은 옛날 언어들을 배워서 뭐하려고 그럴까요?
    • 몸: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지식 그 자체를 갈망하기도 해. 그건 멸시당해야 하는 욕망은 아니야.
    • 이사벨: 하지만 아무 데도 쓸 곳이 없는 지식을 얻어서 뭐해요?
    • 몸: 꼭 그런 건 아니야. 안다는 것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기도 하니까 ... 그리고 그건 뭔가 더 심오한 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수도 있고 
    • 이사벨: 그가 지식을 얻고 싶어 했다면 왜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복학하지 않았을까요/ 넬슨 박사님도 우리 엄마도 그렇게 하라고 충고했는데.
    • 몸: 내가 어렴풋이 느끼기엔, 래리는 자기가 뭘 추구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 하지만 대학에서는 그걸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배움의 길에는 무리와 함께 다니는 늑대도 있지만, 혼자 외로이 걷는 늑대도 있는 법이야. 래리는 스스로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게 맞는 타입인 것 같아.
    • 이사벨: 래리가 옆에 없을 대는 괜찮은데, 함께 있으면 제 마음이 약해져요 ...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진 않지만 계속 느껴지고 신경 쓰이는, 그런 거요. 
    • 이사벨: 상식이라는 게 그렇게 큰 공감을 얻을 만한 멋질 건 아니잖아요?
    • 몸: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면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야. 부름을 받는 사람이야 많지만 선택받는 자는 아주 적지.
    • 이사벨: (파혼한 것에 대해)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요?
    • 몸: 래리를 죽도록 사랑해?
    • 이사벨: 잘 모르겠어요. 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래요. 그러면서도 그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고요.
    • 몸: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이런저런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은 지독하게 괴로워하면서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해. 하지만 바다가 얼마나 유용한지 알면 놀라게 될 걸. 사랑은 항해에 서투르기 때문에 바다에 나서면 약해지지 ... 배를 타기 전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던 아픔도 실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될 거야.

 

3장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내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 불행한 결말로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엘리엇에 대한 묘사: 폴 바턴이 들어가려는 사교계는 엘리엇이 끈질긴 인내와 노력으로 뚫고 들어갔던 그 사교계가 아니었다 ... 폴 바턴은, 엘리엇이 굳은 결심으로 수년 동안 노력하여 성취했던 것들을 단 몇 주일 만에 이뤄 냈다.
  • 엘리엇이 과거에 했던 말과 달라진 (작품 속의) 현재에 대한 말: 훌륭한 미국인이 죽으면 가게 된다는, 그 파리는 결코 아니었다.
  • 엘리엇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대목들
    • 번잡하고 속된 세상사에 너무 지쳐서 말입니다. 저도 이제 자연의 아름다움을 좀 즐기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 엘리엇은 언제나 자연은 사교계 생활의 방해물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며... 
    • 유혹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 엘리엇이 교외 지역에 온 이후) 그때부터 엘리엇 생에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가 시작되었다.
    • 엘리엇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감탄한 점은, 그가 신분 높은 인사들을 대할 때 우아함과 예의를 한껏 갖추면서도,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고 가르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독립적이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엘리엇의 편지 중: 체념할 것은 체념하고 용기 있는 태도로 불가피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품위 있는 집안의 자손일수록 그에 어울리는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하니까요.

4장 

 

  • 이사벨: (대공황 이후 가난해진 상태에서) 지금 제 수입은, 래리가 청혼했을 때 갖고 있던 수입과 비슷해요. 지금은 아이 둘까지 키우는걸요.
  • 정말 모든 게 무너졌을 때,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없다고 느껴졌어요. 정말이지, 미래고 뭐고 암담하기만 했어요. 한 2주 동안은 처참한 기분에 빠져 있었죠. 모든 걸 잃어버리고, 더 이상 낙도 없을 것만 같고, 좋아하던 모든 걸 잃어버리고, 더 이상 사는 낙도 없을 것만 같고, 좋아하던 모든 것들과 헤어져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2주쯤 지나고 나니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 다 잊어버리자. 과거에 대한 미련 같은 것. 다시는 떠올리지 말자.'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했어요. 지금도 미련은 없어요. 가졌을 때 충분히 즐겼고, 이젠 없으니 그뿐이고, 그렇게 생각해요.
  • 몸과 이사벨의 대화
    • 몸: 가끔 래리를 보면 그럴듯한 연극에서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훌륭한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이사벨: 갑자기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상하게 변했을까요?
    • 몸: 우리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진부하고 흔한 무언가가 아닐가?
    • 이사벨: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 그이를 진짜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구요. 마음속 깊이 래리를 갈망했지만, 눈앞에 안 보이니까 그럭저럭 버틸 수 있더라구요. 선생님이 그러셨죠? 드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으면 사랑의 고통도 어느 정도는 누그러든다고. 그땐 참 냉소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맞는 얘긴 것 같아요.
    • 이사벨: (래리를 보는 게 고통이면 안 보는 게 현명하지 않겠냐는 몸의 질문에) 하지만 그건 천국과도 같은 고통인걸요.
    • 이사벨: 저는 인간이고 아이들도 하나의 인간으로 대한다구요. 애들이 인생의 전부인양 애지중지하면 애들 버릇만 나빠져요.
    • 욕망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걸 충족시키는 거잖아요.
    • 사랑에 빠진 용감한 연인이여. 당신은 결코 입 맞출 수 없으리라.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할 뿐 - 존 키츠
    • 성적인 열정 없이 사랑이 존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간혹 열정이 죽은 후에도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사랑아 아닌 다른 무엇, 일테면 애정이나 온정, 혹은 취향이나 관심사의 공유 아니면 습관 등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리고 열정은 서로 만족할 때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지
    • 래리에 대한 네 사랑도, 너에 대한 래리의 사랑도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단순한 거야
    • 너희 둘 사이엔 열정이 개입되지 않았어 ... 열정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 열정은 파괴적인 거야 ... 열정은 무언가를 파괴하지 않으면 소멸해 버려 ... 껌 한 쪽만도 못한 상대에게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깨닫는 비참한 순간이 찾아오는 거지.

 

5장 

 

  • 정숙해 보이는 여자일수록 묘하게도 외설스러운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 법이다.
  • 남편과 아기가 죽었을 때 소피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을 거야.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술과 난잡한 성교라는 끔찍한 타락으로 스스로를 내몬 거지. 자신을 그렇게 잔인하게 대한 삶에 복수하기 위해서 말이야 ... 천국 같은 생활을 하다가 그것을 잃게 되니까 보통 사람들이 사는 보통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해서 지옥으로 곤두박질친 거야.
  • 선에서 갑자기 악이 툭 튀어나올 수는 없죠. 악은 예전부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걸 잘 막아 두고 있다가 차 사고로 그 방어막이 깨지면서 본래의 모습이 나온 것뿐이에요.
  • 나는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노라. 싸울 만한 상대가 없었기에. 자연을 사랑했고 그 다음으로 예술을 사랑했노라. 삶의 불에 두 손을 녹였노라. 불길이 꺼지려 하니, 나는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도다. - 랜더(영국 작가)
  • 래리: (소피가 문란한 사람이라는 걸 얘기하는 이사벨에게) 그렇다고 해서 나쁜 여자라고 할 순 없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술을 좋아하고 아무하고나 자는 사람도 많아. 물론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는 없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 혹은 불친절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든.
  • 몸: 네가 래리를 포기한 건 다이아몬드와 모피 코트 때문이었잖아.
  • 그는 지금 인간의 가슴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 결국 예수는 지고 말았어. 마귀는 옆구리가 아프도록 웃어 댔지. 사악한 인간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죄를 범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 난 단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야. 정욕도, 굶주림도 그 옆에서는 아주 하찮은 영역이 되어 버리지. 자기 확신에 사로잡히면 그것으로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단정 짓게 되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어. 그 확신의 대상은 중요하지 않아 ... (자기 확신은) 그 어떤 술보다도 중독성이 강하고, 그 어떤 사랑보다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또 그 어떤 악덕보다도 강력하고 매혹적이야. 사람은 자신을 희생시키는 순간 하나님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가 되지. 왜냐면 전지전능한 하나님도 자신을 희생시키진 못했으니까. 
  • 순수한 아이로만 알고 있던 여자가 타락한 것을 보고 그 여자의 영혼을 구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힌 거야 ... 래리에겐 그런 냉혹함이 없지. 성자라고 해도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그런 냉혹함 말이야.
  • 기독교가 일으킨 잔인한 전쟁들과 박해, 기도교도들이 기독교도들에게 가한 고문, 몰인정, 위선, 편협 등을 보면서 마귀는 흡족한 얼굴로 손익을 따져 보고 있지 않을까? 인류에게 죄의식이라는 쓰디쓴 짐이 지워졌다는 사실, 그 죄의식 때문에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이 캄캄해지고 잠시 스쳐가는 이 세상의 쾌락들에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마귀는 킬킬거리면서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아무리 마귀라도 인정할 건 인정해 줘야지.'
  • 래리가 그 오랜 시간 동아 무엇을 찾아다녔는지 -  철학이나 종교 그리고 머리와 가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인생의 규칙 같은 것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데.
  • 인생을 최대한 쓸모 있게 사는 법, 그것보다 더 실용적인 게 있을까?
  • 소피: 막상 결혼 날짜가 다가오니까 예수 그리스도 같은 그 사람(래리)한테 막달라 마리아가 되어 줄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 어쨌든 사는 게 엿 같잖아요. 그걸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당연히 누려야죠.
  • 모든 종교는 그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멋대로 조종하기 위해서 꾸며 낸 음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죠.
  • 아무리 종교를 비웃더라도 임종이 다가오면 신앙과 화해를 꾀한다. 신앙은 그들의 피와 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 얼마나 신앙이 절박하기에, 얼마나 불같은 욕망이기에 삶의 기쁨과 젊은 나이에 즐길 수 있는 쾌락 혹은 관능의 만족 따위를 모두 포기하고 신에게 헌신하는 길을 택했을까?
  •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훌륭한 하인이었으니, 하나님도 그런 잘못된 생각쯤은 너그럽게 봐주실 거야.
  • 엘리엇 템플턴 씨는 하느님과의 선약 때문에 노베말리 공작 부인의 친절한 초대에 응할 수 없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6장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대목) 

 

  • 이 장을 건너뛰어도 줄거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화가 없었더라면 나는 이런 책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란 점을 분명히 밝혀 두겠다.
  •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더군요. 가끔은 그것이 가장 끈질긴 인간의 고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깊은 동물적 본능, 즉 인간이 삶에 대한 전율을 처음 느낀 원시 생명체로부터 물려받은 동물적 본능을 기인한 것은 아닐까?
  • 유럽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봤는데도 제가 찾는 것에 조금도 가까이 가지 못한 것 같았거든요.
  • 정신적으로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들거나 한동안 추구하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나면 그런 일을 하는 게 도움이 되더군요.
  • 신부와 래리의 대화
    • 신부: 이런 책에서 찾고자 하는 게 뭡니까?
    • 래리: 그걸 알았다면 지금쯤은 적어도 그것을 찾고 있겠죠.
    • (중략)
    • 신부: 그럼 4년 동안 책을 읽었단 말입니까? 그래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 래리: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 래리와 몸의 대화
    • 래리: 죽은 사람을 제 눈으로 직접 보게 됐어요. 수치심이 밀려들더군요.
    • 몸: 수치심?
    • 래리: 그렇습니다. 수치심.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혈기왕성하고 선량하던 사람이 애당초 살아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엉망진창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린 겁니다. 
    • (몸이 의대 시절에 시신을 보며 했던 생각): 그들의 모습이 너무 하찮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 래리: (죽음을 목격한 후) 그날 밤, 저는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저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화가 나더군요. 제가 견딜 수 없었던 건 부당함이었어요 ... 사람들이 원하는 그런 종류의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었어요. 너무 하찮게 느껴졌꺼든요 ... 끊임없이 자문했죠.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내가 살아 돌아온 건 단지 운이 좋아서였잖아요. 그래서 제 삶을 십분 활용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죠. 그 전까지는 저는 신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신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 배움을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죠.
    • (여러 작가의 책을 읽었으나) 그런데도 아무런 답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 수도원 생활과 하나님에 대한 래리의 이야기
      •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저한테 꼭 맞는 생활이었거든요.
      •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토록 활동적으로 사고를 하는데도 계속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 하느님은 당신의 영광을 위해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리 가치 있는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수사들이 암송하는 주기도문을 듣고 있으면 저들은 어떻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꾸준히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 아버지가 음식을 준다고 해서 고마워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죠. 오히려 낳아 놓고 제대로 못 먹이거나 안 먹이면 우린 그런 사람을 비난합니다. 전능하신 창조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당신의 피조물들에게 물질적으로든 영적으로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할 준비가 안 됐다면 그들을 창조하지 말았어야죠.
      • 하느님이 대놓고 칭송받길 원한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죠. (사람들도 아부하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그런데 하느님이라고, 집요하게 아첨해서 교묘하게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좋아할까요? 하나님 역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장 유쾌한 숭배 방식으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죄악에 대한 선입견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죠. 
      • 나쁜 버릇은 주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유전적인 요소나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거잖아요. 그들의 범죄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고,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하나님이 없는 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던 과거 이야기를 한 후) 하지만 그게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견딜 수 없이 지독한 수준이라면, 선량하신 하느님이 어떻게 그런 벌을 내릴 수 있는 겁니까?
      • 죄를 지을 수 있는 존재로 창조했다면 그건 하느님이 의도했기 때문이겠죠.
      •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대체 악은 왜 창조한 겁니까?
      • 수도사들은 자기 안에 있는 사악함을 무너뜨리고 유혹에 저항하며, 고통과 슬픔과 불행을 하나님이 정화를 위해 내리는 시련으로 받아들이면, 결국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했죠. 그건 마치 심부름을 보내면서 험난하게 만들기 위해 복잡한 미로르 만들고 해자를 두르고 마지막으로는 벽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닙니까?
      • 이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지만 악행을 발견하면 최선을 다해 바로잡는, 인간보다 훨씬더 선량하고 현명하고 위대한 신을 믿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죠.
      • (수도원)에 있던 착한 신부들은 이렇게 혼란스런 의문들에 대해 머리로든 가슴으로든 만족하 수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더군요. 그곳은 제가 찾던 곳이 아니었던 겁니다.
      •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신은 신이 아닙니다. 어느 누가 무한한 존재를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 대다수가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리라는 보장은 없지.
      • 하지만 영혼 뿐 아닐 육체도 그 사람의 일부 아닌가?
      • 자신이 겪는 악이나 불행은 비교적 쉽게 견딜 수 있죠.
      • 하지만 그렇다면 왜 신은 처음부터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세상을 창조하지 않은 거지?
      • 결국 자신의 영혼에서 위안과 용기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떤 대상을 숭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잔인한 신들에 대한 기억의 잔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 종교를 구원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더벌리던 종교 창시자들에 대해 서글픈 마음을 갖고 있어요.
      • 인식이라는 수단은 인간의 가장 귀한 능력, 즉 이성이니까요.
    • 이 세상에서 느끼는 만족은 덧없는 것이며, 오직 무한한 존재만이 지속적인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끝없이 존속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더 좋아지지는 않으며 하얀 것이 더 하얘지지는 않죠.
    •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그러니 무언가에게 영원한 존속을 요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겠죠. 하지만 그것이 존재할 때 그 안에서 기쁨을 취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어리석은 거예요.
    •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순 없어요.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니까. 하지만 다른 강물에 들어가도 그것 역시 시원하고 상쾌한 건 틀림없어요.
    • 세상 속에 살면서 이 세상의 만물을 사랑해야 할 것 같았어요.
    • (인생에 대한 질문) 애초에 해답이 없었을 수도 있고 제가 모자라서 끝내 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죠.
    • 절대자가 이 세상에 그 자신을 현현했을 대 선과 악이 본질적인 상관관계를 갖고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예요.
    • 우리가 이 세상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도 오직 악과 결합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라.
    • 이후 래리와 몸의 대화
      • 래리: 여기서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미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 몸: 뭐하러?
      • 래리: 살러요.
      • 몸: 어떻게?
      • 래리: 인내를 갖고 평온하게, 자비롭게, 욕심 없이 그리고 금욕적으로.
      • 몸: 금욕은 왜? 자넨 아직 젊잖아. 인간이 가진 가장 동물적인 본능을 억제하려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 래리: 성적 탐닉은 쾌락이긴 해도 욕구는 아니었습니다 ... 성적 금욕이 정신력을 크게 강화해 준다는 거죠.
      • 몸: 내 생각엔 육체적인 요구와 정신적인 요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지혜로운 일인 것 같은데.
      • 래리: 인도인들이 생각하기에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는 겁니다. 그들은 (물질적인 길)이 결국 파멸로 향하는 길이라고 말하죠.
      • 몸: 글머 미국이, 자네가 앞서 말한 미덕들을 실행하기에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하나?
      • 래리: 오히려 돈을 갖고 있으면 전부 써 버리죠 ... 우리에게 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성공의 상징에 불과하죠 ... 저는 인간이 세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이상이 자기완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몸: 고귀한 이상이지, 래리.
      • 래리: 그렇다면 그것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게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요?
      • 래리: (몸이 이야기하는 현실의 벽에 대해) 시도는 할 수 있잖아요. 물레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도 한 사람이었어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작게나마 영향력을 갖고 있게 마련이죠 ... 한 인간이 고결하고 완벽해지려면 그런 성품의 영향력이 널리 퍼져서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그사람에게 이끌리게 됩니다
      • 래리: 물론 영향이라고 해봐야 ... 아주 미미할 겁니다. 하지만 하나의 물결은 또 다른 물결을 일으키고, 그것은 다음 물결로 이어지죠.
      • 몸: 자네가 설계한 그런 삶을 살려면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야 할 텐데.
      • 래리: 아뇨. 오히려 금전적인 자유는 제가 설계한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 겁니다.
      • 래리: 저는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 (스피노자의 육체 노동 일화를 들며) 그런 일은 틀림없이 스피노자의 지적 활동에 도움이 됐을 겁니다. 고찰이라는 힘든 작업에서 잠시나마 주의를 돌릴 수 있었을테니까요.
      • 몸: 자네, 돈의 가장 중요한 용도가 뭔지 잊은 모양이군. 그건 바로 낭비할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거지.
      • 래리: 선생님에게는 돈이 자유를 의미하지만 저한테는 속박이 될 뿐이죠.

7장

 

  • 이사벨이 소피가 죽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암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룸(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음)
  • 몸: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면 그 사람의 잘못을 비난하긴 해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식지는 않거든.
  • 래리는 자신의 바람대로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인간 집단에 흡수되었다.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괴로워하고 세상의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선을 강렬히 소망하면서도 외부에 대해서는 독단적이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매우 소심한 인간들, 친절하지만 까다롭고, 남을 잘 믿으면서도 의심이 강하며, 야비하면서도 너그러운 미국인들 속에 흡수되어 버렸다. 
  • 결국 내가 등장시킨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 원하는 바를 얻지 않았는가?

 

 

리뷰

 

  1. "나는 독자들에게 정해진 결론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1장에 언급해뒀는데, 결말이 진짜 그렇게 끝난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이란 말이다.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는다. 
  2.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기 보다, 각 인물들이 인생을 대하는 방식(살아가면서 하는 선택)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3. 1에서도 말했듯이 '이렇게 살아라~'라는 조언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더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4.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작가 개인의 메시지도 아주 없지는 않은 듯하다. 너무 세속적으로 사는 삶을 지양하라는 메시지, 너무 일과 사회를 멀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5. 이 정도면 고전 중에서 나름 술술 읽히는 쪽에 속하지 않나 싶다. 고전을 찾는 사람 중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댈 수 있는 다양한 케이스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대놓고 답을 주지는 않지만, 다양한 케이스를 보며 내 답을 찾는 데에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6. 리뷰보다는 생각해볼 만한 곳에 대한 이야기: 엘리엇이 폴 바턴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한 기타 묘사(203페이지)를 참고해보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잘나가게 되면 그 속에서 나오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한때 자신보다 못났던 사람의 현재(잘된 상태)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저에 있는 것 같다.
  7. 철학에 묻고자 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철학(내지 종교)의 입장들이 굉장히 집약되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신론과 무신론 / 기독교 - 고대 그리스 철학 - 인도(동양) 철학/ 이상주의자 - 현실주의자 / 돈이 자유를 주는 존재인가 - 속박을 주는 존재인가 / 실존 탐구의 필요성을 느끼는 자 - 그렇지 않은 자(세속적이거나 현실적이거나)
  8. 여러 사람의 인생을 넘나들며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끌어내는 작품.
  9.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달과 6펜스도 곧 읽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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