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초판본)(1947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 다자이 오사무 - 교보문고

사양(초판본)(1947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 실제 내연녀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몰락 귀족의 비극다자이 오사무의 역작 〈사양〉은 몰락한 귀족 여성의 삶을 그린 비극으로, 신분제가 폐지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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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으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다양하게 사들였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었고, 빨리 완독한 책이다. 인간실격이 어렵다면 이 작품을 먼저 읽어보고, 그 다음에 인간실격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단한 줄거리

 

  • 등장인물: 가즈코(나), 어머니, 동생(나오지), 동생의 스승(우에하라)
  •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몰락한 일본 귀족 가정의 이야기. 가즈코의 어머니는 패전 이후 집을 팔고 시골로 이사를 간다. 죽은 줄 알았던 나오지가 전장에서 돌아왔지만 아편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방탕하게 살다가 자살한다. 우에하라에 대한 사랑을 키우던 가즈코는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운다.

 

'작업화'라는 소재

 

  • 가즈코에게, 그리고 이 작품에서 키 포인트가 되는 소재인 것 같다.
  • 그냥, 시시하고, 내 몸에 남아 았는 거라고는, 이 작업화 한 켤레, 라는 덧없음이다.
  • 나는, 이, 전쟁의 유일한 기념품이라 할 수 있는 작업화를 신고, 매일 같이 나가 가슴 깊은 곳의 은밀한 불안과 초조를 달래고 있지만...

 

반어법인가 역설법인가.

 

  • 전쟁이란. 시시하다 [지난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지지난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지지지난해에도, 아무 일 없었다.] ... 정말,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결국, 아무 일 없었던 것도 같다. 나는, 전쟁의 추억은 말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 (전장에서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가즈코의 말에 나오지가 한 대답):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다 잊어버렸어. 일본에 도착해서 기차를 탔는데, 차창 밖으로, 논이, 아주 예쁘게 보이더라. 그게 다야."
  •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어. 강해지고, 아니, 우악스러워지고 싶었어. 그리고, 그것이, 이른바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 정도로는, 전혀 어림도 없었습니다. 항상, 어찔어찔 현기증이 나야만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약 말고는 없었습니다.
  • 악하다는 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 차라리 눈 딱 감고, 진짜 악당이 되어버리면 어떨까, 그러면, 동생도 되레 편해지지는 않을까.
  • 지금까지, 세상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역겨운 것이라 우리에게 가르쳤고,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 말을 믿었는데, 패전 후, 우리는 세상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무엇이든 그 사람들이 말하는 반대쪽에 진짜 살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혁명도 사랑도,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달콤하고, 너무나 좋은 나머지,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에게 덜 익은 신 포도라 거짓말을 하면서 가르쳤던 게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인간은 다 똑같다.

 

  • 인간은, 모두, 똑같다.
  • 이건, 과연, 사상일까요? 나는 이 이상한 말을 발명한 사람은, 종교인도, 철학자도 예술가도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 민중들의 술집에서 솟아난 말입니다 ... 그냥, 조바심입니다. 질투심입니다. 사상도 무엇도, 아닙니다.
  • 이 무슨 비굴한 말인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동시에,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아무런 프라이드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말.
  • 마르크시즘은, 일하는 자의 우위를 주장하지, 똑같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 민주주의는, 개인의 존엄을 주장하지, 똑같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 오직, 사창가 호객꾼들만 그런 말을 해.
  • 왜 똑같다고 하는 걸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걸까. 
  • 하지만, 이 말은, 참으로 외설스럽고, 불쾌해서, 사람들은 서로 두려워하고, 모든 사상을 능욕하고, 노력을 비웃고, 행복을 부정하고, 미모를 더럽히고, 영광을 끌어 내리는, 이른바 '세기의 불안'은 이 이상한 말 한마디에서 생겨났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 기분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이 말에 협박당해, 두려워 떨고, 뭘 하려 해도 부끄럽고, 끊임없이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몸 둘 바를 몰라, 차라리 술이나 마약의 현기증에 의지하여, 찰나의 안정을 얻고 싶어서, 그래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나오지의 유서(제일 좋아하는 대목)

 

  • 난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은 사람은, 살아야지.
  •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권리도 있습니다. 이런 나의 사고방식은, 전혀 새롭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당연한, 그야말로 프리미티브(primitive)한 것인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두려워하며, 드러내놓고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입니다.
  • 살고 싶은 사람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굳세게 끝까지 살아내야만 하고, 그것은 훌륭한 일이니, 인간의 영예로운 왕관이라는 것도, 그것은 훌륭한 일이니, 분명 그런 점에 있겠지만, 하지만, 죽는 것도 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나라는 풀은, 이 세상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무언가 하나 결여되어 있습니다. 모자랍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그나마, 최선을 다한 겁니다.
  • 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아편을 했습니다. 누나는 내 이런 심정 모를 거야.
  • 어떤 시대든, 나 같은, 말하자면 생명력 약하고, 결함 있는 풀은, 사상이고 개똥이고 없이 그저 스스로 소멸하는 게 운명의 전부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나도, 조금은 할 말이 있습니다. 도저히 살 수 없는, 이유가 내게 있음을 느낍니다.
  • 약한 거지요. 어딘가 한 군데 중대한 결함이 있는 풀인 거지요. 또 뭐라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
  • 나는, 놀면서도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쾌락의 임포텐츠(불능)인지도 모르지요. 난 그저, 귀족이라는 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미치고, 유흥에 빠지고, 피폐해졌습니다.
  •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나요? 귀족으로 태어난 게, 우리의 죄인가요? 단지, 그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영원히, 예를 들면 유다의 가족들처럼, 죄스럽게, 사죄하며, 수치스럽게 살아야 해.
  • 내가 더 일찍 죽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딱 하나, 엄마의 애정. 그 생각을 하니 죽을 수가 없었어 ... 엄마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죽을 권리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 내 죽음은 동시에, 엄마까지 죽이는 셈이 되니까.
  • 내 살아있는 괴로움과,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삶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내 기쁨을 견주어본다면, 당신들의 그 슬픔은, 점차로 사라지리라 믿습니다.
  • 내 자살을 비난하고, 끝까지 살아남았어야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입에 발린 말만 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비판하는 사람은, 폐하께 과일 가게나 해보라고 아무렇지 않게 권유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 나는, 프라이드 때문에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우에하라 씨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내가 허투로 먹고 마시고, 여자를 안는 게, 두려워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던 겁니다.
  • 하지만, 난, 그 비밀을, 절대 비밀로 남겨둔 채, 끝내 이 세상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죽는다면, 내 몸을 화장해도, 가슴만은 타지 않고 비릿한 재가 되어 남을 것 같아서, 불안해 견딜 수 없어서, 누나에게만, 에둘러, 어렴풋이, 픽션처럼 꾸며서 가르쳐줄게요.
  • 날이 밝았습니다. 오랫동안 고생만 시켰습니다. 안녕히. 어젯밤 마신 술은, 말끔히 깼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한 번 더 안녕히.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박꽃일기 (유서 다음으로 좋아하는 대목)

 

  • 타 죽는 심정, 괴로워도, 괴롭다고 일언, 반구, 외칠 수 없는, 예로부터, 미증유, 인간 세상이 시작된 이래, 그 예를 찾아볼 수도 없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지옥 같은 감정을 부정하지 마.
  • 사상? 거짓말이다. 주의? 거짓말이다. 이상? 거짓말이다.. 질서? 거짓말이다. 성실? 진리? 순수? 전부 거짓말이다
  • 논리는, 어차피, 논리에 대한 사랑이다.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태도는 아니다.
  • 돈과 여자. 논리는, 수줍어하며, 총총히 멀어진다. 역사, 철학, 교육, 법률, 정치, 경제, 사회, 그따위 학문보다, 한 아가씨의 미소가 소중하다는 파우스트 박사의 용감한 증명. 학문이란, 허영의 별명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니고자 하는 노력이다.
  • 문장에 이르지 못하고, 사람에 이르지 못한 주제에, 장난감 나팔을 불며 아뢰기를, 여기에 일본 제일의 바보가 있습니다. 
  • 악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시시한 생각. 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다가 자연사!
  • 천 엔 빚을 해결해야 하는데, 5엔. 세상에서, 나의 실력, 대략 이와 같다. 웃을 일이 아니다.
  • 데카당?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죽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고맙다.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사람은, 좀처럼, 죽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 째째하고, 조심성 많은 위선자들이여! 정의? 흔히 말하는 계급투쟁의 본질은, 그런 데에 있는 게 아니야. 도리? 웃기지 마. 나는 알고 있지. 자기 행복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한다. 죽여야 한다. 죽어!라고 하는 선고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속이면 안 돼. 하지만, 우리 계급 중에도, 변변한 녀석이 없다. 백치, 유령, 수전노, 미친개, 허풍선이, 이옵니다하옵니다. 구름 위에서 오줌. 죽어!라는 말조차, 아깝다.
  •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자포자기에 휘말려 죽기는, 싫어. 차라리, 혼자 죽고 싶다.
  •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 반드시, 진지한 표정을 짓게 되어 있다. 요즘, 지도자들의, 저, 진지함, 풋! 
  • 남에게 존경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놀고 싶다. 그렇지만, 그런 훌륭한 사람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 내가 조숙한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게으른 척하면, 나를, 게으르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소설을 못 쓴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거짓말쟁인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부자인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힘든 척한다고 수군거렸다. 어딘가 어긋났다.
  • 결국 자살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잖아
  • 프라이드(pride)란 무엇인가, 프라이드란 ... 미워하면 미움받는다. 지혜 겨루기. 엄숙함 = 멍청함. 아무튼, 살아 있으니까 사기를 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 외 와닿는 구절들

 

  • "죽어야지. 죽어야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집에서 엄마도, 죽고 싶어." ... 어머니는, 지금가지 나에게 한 번이라도 이런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었고, 또, 이렇게 심하게 우는 모습을 나에게 보인 적도 없었다.
  • 아아, 돈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비참한, 구원 없는 지옥인가하고 태어나서 처음 깨닫게 된 감정에, 가슴에 답답해져, 너무나 괴로워 울고 싶지만 울지도 못하고, 인생의 엄숙함이란, 이런 느낌일까, 꼼짝도 할 수 없는 심정으로, 벌렁 드러 누운 채, 나는 돌처럼 가만히 있었다.
  • 점점 더 어머니의 슬픔은 짙어지고, 생명은 옅어졌다.
  • 나는, 그 반대로, 점점 거칠고 천박한 여자가 되어가는 기분도 든다. 어쩐지 내가, 어머니로부터 자꾸만 생기를 빨아들여 살이 찌는 것 같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가 없다.
  • 중독은, 그야말로, 정신이 아픈 병일지도 모른다.
  • 나에게는, 눈앞에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그 말은 내 육체도 함께 소멸되어버린다는 소리로 들려, 도저히 사실로 받아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 행복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게 아닐지.
  • 어머니. 저 지금까지, 세상을 몰랐어요... (아냐고 묻는 어머니의 질문에) 세상은, 모르겠어.
  •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 어린이야. 무엇 하나, 알지 못한다구.
  • 그렇지만, 나는 살아가야 한다. 어린애일지는 몰라도, 그래도, 응석만 부리고 있을 수도 없게 되었다.
  • 죽어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은, 너무도 추하고, 피비린내 나고, 구차한 것이라는 기분도 든다. 
  • 실로 마음은 뜨겁지만, 육체가 연약하여, 도저히 엄마 곁을 지킬 기력이 없구나.
  • 방이 희붐해지고, 나는, 옆에 누워 있는 그 사람 자는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곧 죽을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얼굴이었다. 희생자의 얼굴. 고귀한 희생자. 내 사람. 나의 무지개. 마이, 차일드. 얄미운 사람. 너무한 사람. 이 세상에 다시없을 만큼,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란 생각에, 사랑이 새로이 되살아난 듯 가슴이 두근두근 ...

 

리뷰

 

  1. 패전 이후 '귀족'이란 타이틀은 굉장히 의미 없다. 
  2. 읽으면서 와닿는 구절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다자이의 나머지 작품들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 나오지의 글은 횡설수설하다. 근데, 말하고자 하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의 서사보다 나오지의 글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나오지가 쓴 모든 글, 모든 문장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제일 사랑하는 대목인 나오지의 유서는 그것만 읽었다고 해도 이 작품을 다 읽은 것으로 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4. 이들이 계속 귀족의 체통을 지키려는 듯한 뉘앙스로 하는 말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귀족 시절의 스스로에게 노스텔지어를 느껴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귀족 이후 삶이 너무 괴로워서. 그 괴로움을 회피하고 싶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스텔지어를 앞세운 것은 아닐까.
  5. 소와다리 번역 기준: 개인적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좋았다. 근데,그 특유의 난해한 문체 때문에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6. 일본판 도스토옙스키 같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

 

읽어 보고 싶은 책들 

 

  • 인간실격 - 완독 필요
  • 만년(민음사) - 완독 필요
  • 달려라 메로스
  • 그 외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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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

 

 한창 이것저것 해야할 때 읽었던 책이다. 이때 책은 읽고 싶은데, 얇고 머리아프지 않은 책을 읽고 싶었다. 진짜 가볍게 읽지만 여운도 챙기고 싶었다.(엄청난 욕심이다) 그러던 차에 집에 사뒀던 이 책을 보게 되었고, 고민없이 읽게 되었다.

 

책 내용 정리

 

  1. 줄거리 한줄요약: '나'와 시한부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 
  2. 인상적이었던 구절들
    • 이때 어린아이의 가슴에는 가장 순수하고 깊은 사랑이 깨어난다. 그것은 온 세상을 품는 사랑이다.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빛이 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환호하는 사랑이다. 그것은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이다. (중략) 아아, 그러나 인생의 절반도 살기 전에 그 사랑은 얼마나 작아지는가! 어린아이는 '남'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다. 사랑의 샘은 막히고 세월이 흐르면서 완전히 메말라 버린다. 눈동자는 빛을 잃고 우리는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어둡고 지친 얼굴로 서로를 지나친다. 우리는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답례를 받지 못하는 인사가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인사를 나누고 손을 맞잡았던 사람과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 재회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아무도 증명한 적은 없지만 재회, 재발견, 회상은 거의 모든 기쁨과 만족의 비결이다. 처음 보거나 듣거나 맛보는 일은 아름답고 위대하고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새로워 우리를 놀라게 할 뿐 편안함이 없고 만고하는 데 드는 노력이 만족 자체보다 더 크다. (중략) 그래서 지금의 삶이 즐거운 것인지 낡은 회상이 즐거운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  "진정한 시인이 진리와 아름다움을 완벽한 음률로 노래할 수 있듯이 인간은 온갖 사회적 속박에 굴하지 않고 사고와 감정의 자유를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때 문득 플라톤의 말이 떠올랐다. 언제 어디너사 영원한 것, 그것은 묶여 있는 낱말 안에 깃든 자유로운 정신이다. 
    •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의 참된 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의 마음속에 계시가 나타나기도 전에 기독교가 먼저 계시를 가지고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아. 그때문에 나도 꽤 불안했었어. 종교의 진실성과 신성함이 의심스러워 불안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전해 준 신앙을 내 것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야 .아무런 깨달음 없이 그저 어릴 때 부터 배워서 아는 건 사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살거나 죽을 수 없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믿어줄 수는 없는 거잖아. 
    •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사도들과 초기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서서히 그러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사로잡아야 하는데, 요즘은 절대적이고 강력한 교회 율법으로 아주 어릴 대부터 소위 신앙이라는 것에 복종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여러 격렬한 갈등과 심각한 싸움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 생각할 줄 알고 진리를 존경하며 신념이 굳은 사람이라면 이내 의혹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말하자면 신앙을 향한 올바른 길이 있는데도 마음속에 의혹과 불안이라는 악마가 나타나 평화로운 삶을 훼방하는 거지.
    • 나 역시 [독일 신학]에서 감동을 받긴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깊이 감탄하진 않았어. 내가보기에 그 책에는 인간미나 시적 감성, 특히 따뜻함과 현실에 대한 경외가 부족한 것 같아. 세기의 모든 신비주의가 구원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루터에게서 볼 수 있듯이 신에게 귀의하고 신에게서 용기를 얻어 현실로 돌아올 때 비로소 참다운 구원이 완성된다고 생각해. 인간은 일생에 한번쯤 자신이 하찮은 존재임을 깨달아야 하는 거야.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와 기원 그리고 영원한 생명은 초자연적인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뿌리박고 있음을 느껴야 하지. 그서이 곧 신에게 귀의하는 길이야. 설령 이 세상에서 귀의의 길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신을 향한 영원한 향수를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이지. 신비주의자들이 원했던 것과는 달리 인간은 창조를 소멸시킬 수 없어. 인간이 비록 무에서, 즉 오직 신에 의해 신으로부터 창조되었지만 인간 스스로 무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타울러가 자주 언급했던 자아 소멸이란 것도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이나 입멸 그 이상의 것은 아니지. 타울러가 말하기를 최고의 존재를 경외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무로 되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곧 최고의 존재를 위해 가장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고 했어. 하지만 이런 소멸은 창조주의 뜻이 아니야. 창조주는 끊임없이 창조하고 계시니까. (중략) 자신의 하찮음을 깨달은 사람은 또한 자신이 신의 반영이란 사실도 깨달아야만 해. [독일 신학]에 이런 내용이 있어. '완전한 자에게서 흘러나온 것은 완전한 자가 없으면 우연이고 광채이며 반사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 태양에서 나온 광채나 양초에서 나온 불빛처럼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에게서 흘러나온 것이 비록 태양에서 나온 광채처럼 실재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 신적인 존재가 들어있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빛을 내지 않는 양초, 광채 없는 태양, 피조물 없는 창조주는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야. 그에 관해서는 다음 구절이 진실을 밝혀 주지. '인간과 피조물이 신의 심오한 충고와 뜻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아담이나 악마의 행동을 따르려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신의 반영임을 느끼고 그렇게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비춰 주는 신의 빛을 가리거나 꺼 버려서는 안 돼. 충분히 타올라 그 빛이 주위의 모든 것을 비추고 따뜻하게 하도록 해야 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혈관 속에 살아 있는 불꽃을 느끼고 삶의 투쟁을 필요한 높은 영감을 얻게 되는 거야. 아무리 하찮은 소명이라도 그것에서 신을 상기하고 세속적인 것을 신적인 것으로 만들고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신과 함께하는 삶이 되는 거야. 신은 영원한 휴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이니까. 
    • 그녀는 자기 생각을 모두 풀어내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일 수 없었다. 나로서는 그것이 무척 괴로웠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속마음을 숨기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숨기는 일을 예의나 분별 혹은 현명이라고 멋대로 이름 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온통 가장 무도회가 된다. 이러한 세상에 살면서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을 할 때조차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싶을 때 침묵하지 못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고 헌신하지 않고 시인의 말을 빌려 그럴듯하게 꾸며야 하는 형편이 아니던가.
    • 대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주더라도, 받는 사람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부족한 자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코 만족을 얻지 못 하는 것이다. 여배우가 여왕 복장을 하고 무대에 섰을 때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의상과 어울리지 않아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면 의상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모욕이 되고 만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기품이 있어야한다. 기품이란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모든 어려움을 정신적으로 승화시킴을 의미한다. 정신은 추한 것을 아름답게 바꾼다. 
    • 하지만 이것은 내게 행복의 절정을 맛보게 한 후 영원히 사막으로 쫓아 버리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보석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좋았으리라.
    • 갖가지 상념의 혼합은 시간이 흐르면 영원한 법칙에 따라 저절로 결정체가 된다. 이 과정을 화학자처럼 관찰할 때 우리는 요소들이 이룬 결정체를 보고 놀라곤 하는데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의외의 물체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표한할 어휘는 너무나 적어요. 그래서 말 한 마디에 여러 생각이 담기게 되죠.
    • 비록 세상을 잘 알진 못하지만, 아무래도 이 세상은 그런 사랑이나 신뢰를 인정해주지 않는 모양이야. 그리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세상을 우울한 곳으로 만들고 있어. 하지만 옛날에는 좀 달랐나 봐. 옛날에도 지금 같았다면, 호머는 나우시카처럼 아름답고 건강하고 온화한 인간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중략) 요즘 우리에게 사랑이란 결혼이라는 희비극의 서곡에 지나지 않으니까. 정말 그런 사랑밖에는 없는 걸까? 순수한 사랑의 샘은 완전히 말라 버린 걸까? 우리를 취하게 하는 술 같은 사랑이 아니라 신선한 원기를 주는 샘 같은 사랑이 있다는 건 모르는 걸까? 
    • 그들의 시는 수많은 벙어리 영혼들의 가슴속 깊은 감정을 표현해 주잖아. 뿐만 아니라 달콤한 비밀을 고백할 때도 정말 자주 이용되지 않니. 시인의 심장은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 모두의 가슴에서 뛰기에 행복한 사람은 시인과 함께 노래 부르고 불행한 사람은 시인과 더불어 우는 거야. 나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시인은 없는 것 같아. 워즈워스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가 시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인이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워즈워스가 시적 과장을 버리고 미사여구나 허황된 시적 감동을 멀리하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거야. 워즈워스의 시는 진솔하고 낱말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을 담아내지. 그는 우리로 하여금 초원에 피어난 들국화 같은, 그냥 발밑에 밟히는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하는거야. 그는 만물의 본래 이름을 그대로 부르고 아무도 놀라게 하거나 현혹시키려 들지 않아. 감탄을 자아내려 애쓰지도 않지. 그는 사람들의 손에 아직 휘거나 꺾이지 않은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 주고 있어. (중략) 그가 쓰는 어휘의 평범함과 친근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순수한 사상...
    • 우리는 위대한 사람들의 말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잖아. 위대한 말이라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하듯 서서히 생각을 발전시키고 끝없는 전망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마음의 눈을 뜰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음을 알기 때문이지. 
    • "기진맥진 힘겹게 오른 몽블랑보다 가볍게 산책하듯이 오른 동산이 더 아름답고 풍성하고 생생한 경치를 보여 줄 때가 있는데, 워즈워스의 시가 바로 그런 동산 같아. (중략) 감동이라는 것도 배워야 하는 기술이거든."
    • 악의 없이 무심코 분 부드러운 미풍라도 꽃잎을 지게 할 수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너의 삶에 내가 끼어들고 말았어. (중략) 솔직히 말하면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허용하지도 않아. 
    •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야.
    • 자네가 할 수 있는 한 사람들을 돕고 사랑하며 살게. 이 세상에서 마리아와 같이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 사랑하다 잃어버렸음을 신께 감사하게. 

리뷰

 

  1.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2. 남은 인생 10년 속 클리셰와도 일부 유사함을 지닌다.
  3. 도스토옙스키나 다자이 오사무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 다시 말해, 심오하거나 난해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중간중간에 신학이나 다른 고전 작품들도 많이 언급 되어서 (내 기준에서)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4. 얇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고전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만, 위에 언급했듯 종교나 다른 문학 작품 이야기들이 많이 언급되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으면 읽기 수월할 것 같다.
  5. 눈을 끄는 문장들이 많았다. 현란하지 않더라도 인상깊게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작품이다.
  6. 로맨스가 메인 내용이긴 하지만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들도 더러 있다.

 

더 읽어보고 싶은 도서들

  1. 워즈워스의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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