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
<구의 증명>을 알게된 것은 개인적으로 잘 읽고 있던 한 블로거 분의 글 때문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 블로거의 글들에 '구의 증명 84 페이지'가 꽤나 자주 언급되었다. 그 글을 읽으며 <구의 증명>이 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자주 언급되나 궁금해졌고,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읽게 되었다.
책 내용을 조금 곁들인 나의 이야기
이 책을 읽던 시기와 관련된 개인적인 사담을 풀자면, 난 이 시기에 굉장히 우울증이 다시 심해졌다. 잊은 줄 알았던 죽음에 대한 갈망이 나를 다시 삼키기 시작했고, 조금 다른 길로 흘러버린 삶이 절대 닦을 수 없는 오점이라 착각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스물 두 살이었지만 초반부터 이리 엇나가고 이렇게나 망가져 버린 내 인생은 앞으로도 더 이상 구제할 길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정신 세계를 팽배했다. 그런 시기에 얹어진 <구의 증명>이라는 작품은 내게 현재 하고있는 사랑이 없음에도 구와 담의 감정, 정확하게는 그 어둡고 찝찝한 감성에 과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읽고나서도 한참동안 그 특유의 감성은 진하게 무언가를 남기고 갔다.
처음에는 담이 구의 시신을 먹는 장면에서 굉장히 기괴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담이 구를 먹는 것보다 더 잔인한 요소들이 그들의 인생을 지배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붙잡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낼 수 없었겠지.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잡을 수 있는 서로가 있음이, 그 서로가 각자의 인생을 지적하지 않고 그저 존재 자체로 잡아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몇 달이 지나서 이 케케묵은 사랑이 무슨 감정이었는지 대충은 알게 되었는데, 그 계기를 공개적인 곳에 쓰기는 뭐하고. 아무튼 지금 내게 <구의 증명>은 읽을 당시보다 읽은 뒤에 눈에 밟히는 그런 책이 되었다.
우울하고 지독하고 아픈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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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최진영)
- 채식주의자(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