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한강 - 교보문고
채식주의자 | 인터내셔널 부커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작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역작을 다시 만나다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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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그런데 왜 자꾸 가슴만 여위는 거지. 이제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 영혜의 독백 중.
"고통 3부작"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한 이 책을"
- <작가의 말> 중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이 책은 총 2회독을 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2008년 정도라고 알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한강 작가님이 맨부커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하시면서 일종의 '역주행'을 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학교 도서관에 들어온 시기 내 친구가 학교 도서관의 학생 사서여서 이 책을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보게 되었다. 당시 사서 선생님은 이 책을 두고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엄청 칭찬을 하셨지만, 내 친구는 그 칭찬에 굉장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친구의 그 반응의 이유를 알고 싶어 책을 읽었다. 읽고나서 든 감정은 이런 내용과 묘사로 쓰이는 책이 있긴 하구나...라는 신기함이었지, 이 책에 대해 혐오감이 든다거나 좋고 나쁘고를 평가하고자 하는 감정이 드는 일은 일절 없었다. 그냥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글로 본 기분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강 작가님을 폄훼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김기덕 감독을 유럽에서는 '여성으로서 당할 수 있는 고통을 가감없이 묘사한 페미니즘 감독'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의 말이 한강 작가님을 폄훼하기 위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중학교 때 한 번 읽고 잊어버렸다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간만에 꺼내게 되었다. 그게 내 2회독이다.
줄거리
1. 채식주의자: 영혜의 남편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평범하고 순종적이던 아내가 꿈을 꿨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된다. 이후 영혜의 변화를 남편과 가족은 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으로 이를 억압한다. 가족 모임에서 영혜는 고기를 거부하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폭행을 당하던 중 자해를 한다.
2. 몽고반점: 영혜의 형부 시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영혜의 몽고반점과 그녀의 신비로운 육체에 집착하며 성적인 판타지를 품는다. 아내(영혜의 언니)가 외출한 사이 영혜와 함께 퍼포먼스를 가장한 성행위를 하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한다. 결국 이 사실이 발각되어 그는 가족에게 쫓겨나고 영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3. 나무 불꽃: 영혜의 언니(인혜)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식사를 거부하며 식물이 되기를 꿈꾼다. 인혜는 동생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삶도 그렇게 되어감을 느낀다.
채식주의자
- 영혜의 남편을 관점으로 이뤄지는 부분이다.
- 영혜의 남편
- 영혜와 결혼한 이유
- 영혜에게 애정이 있어서가 아님
-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을 안 가져도 되어서
- 영혜에게 장점도 없지만 단점도 없어서
- 영혜가 자신의 시녀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 "애초에 사랑하지 않으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 영혜와 결혼한 이유
- '젖가슴'이라는 키워드
- 남편: "볼품없는 그녀의 가슴에 노브라란 어울리지 않았다"(영혜의 가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많다.)
- 영혜: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야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 영혜는 젖가슴을 자주 드러내려 함
- 벗은 이유를 물으면 영혜는 "더워서"라고 답함. -> 덥다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고기'에 대하여
- 고기에 대한 잔인한 꿈을 꿈
- 칼질을 좋아하지 않음
- "고기 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나." -> 영혜에게 남편은 폭력적인 존재로 인식됨을 알 수 있는 문장
- 영혜가 고기를 거절해도 폭력까지 해 가며 억지로 먹이려 하는 아버지와 이에 동참하는 가족들
- 영혜는 손목을 긋고 병원에 입원함.
-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 남편 회식 자리에서 조롱당한 영혜
- 회식 자리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영혜에게 화를 내는 남편
-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만들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꿈
- 흰 옷을 입은 영혜가 고깃덩어리를 지나며 피범벅이 됨. -> 즐거운 사람 사이에서 있을 자신이 없어 나무 뒤에 숨음 -> 떨어진 고기를 먹으며 느낀 식감, 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눈
- 영혜의 감상: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한 느낌이었어.
- 꿈을 꾸기 전날 있었던 일
- 남편이 영혜에게 언어폭력을 함.
- 영혜는 빨리 칼질하게 손가락을 베었음
- 남편은 영혜의 피를 고려하지 않음: 음식을 씹다 칼을 발견했을 때 화냄
- 영혜의 남편의 이기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음
-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죽인 사람을 숨겨줬음 -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름
-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 끝까지 잘리지 않아 계속 칼질을 하는데 영혜의 입 안에 침이 고임
- 영혜는 이런 자신을 싫어함
- 남편의 꿈: 남편이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살을 발라냄
- 흰 옷을 입은 영혜가 고깃덩어리를 지나며 피범벅이 됨. -> 즐거운 사람 사이에서 있을 자신이 없어 나무 뒤에 숨음 -> 떨어진 고기를 먹으며 느낀 식감, 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눈
몽고반점
- 영혜: "이제 꿈을 꾸지 않게 될까?"
- 꿈에 나타나는 '뱃속의 얼굴'은 영혜 본인임.
- 영혜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형부
- 형부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 -> 영혜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는 <롤리타>와 비슷한 서술 방식
나무 불꽃
- 시곗바늘은 육중한 중추라도 매단 듯 좀처럼 빠르게 돌아가주지 않는다.
- 인혜의 관점으로 전개됨.
- 막을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사람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 영혜가 처음 이상해진 것은 삼여년 전 갑작스럽게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 영혜의 경우 동기가 그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채식의 동기가 불분명함)
-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물구나무를 서머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영혜
-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을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 꿈: 영혜가 인간에서 나무가 되는 꿈
-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살 수 있어. 햇빛만 있으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정말 나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식물이 어떻게 말을 하니. 어떻게 생각을 해." "이제 곧, 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질 거야. 금방이야."]
- "사람들이 자꾸만 먹으라고 해 ...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여. 지난번엔 먹고서 토했다구... 이젠 먹자마자 잠자는 주사를 놨어. 언니, 나 그 주사 싫어. 정말 싫어 .... 내보내줘. 나 여기 있기 싫어."
- "...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 "비에 녹아서 ... 전부 다 녹아서.... 땅속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다시 거꾸로 돌아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거든."
-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 그때는"
리뷰
- 일단 긴 우울증의 터널을 지나와서 그런지, 그만큼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학교 때 읽었던 <채식주의자>와 스물셋의 내가 읽은 <채식주의자>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중학교 때는 고통을 당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방관하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이후 성인으로 4년을 살며 쌓인 고통들로 인해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건 삶에서 겪은 고통이 쌓이면 쌓일 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 키워드 위주로 분석하며 보며 좋을 작품이다. 수능적인 분석으로 읽어도 좋을 작품.
-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지만, 굉장히 감명깊게 읽은 작품인 것은 맞다.
-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이라면 이 작품보다는 <흰>이나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고 싶다. <채식주의자>는 굉장히 매니악한 작품이라.
- 굉장히 짧은 작품이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작품이다. 필사한 것들을 모아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이 작품의 감성이 느껴질 정도로.
- 죽을 것 같은, 죽고 싶은 고통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혜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도 영혜의 고통을 이해해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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