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교보문고

지하로부터의 수기 |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제적 소설!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지하로부터의 수기』.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 여겨지는 이 작품은 도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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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조금 읽어본 적이 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린 여자 아이가 늙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그 단편과 죄와 벌의 초반부. 그때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에서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발견하게 됐고, 지하에서 쓴 수기라고 하니 어두운 내용이겠다 싶어서(난 어두운 장르를 좋아한다) 읽어보게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 정리

 

 젊은 시절 하급 관리였던 주인공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만 한 번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 한다. 나중에는 자신의 조롱과 경멸을 자초하고, 증오하다가 스스로를 저주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저 자기 혐오 

 

  •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통 매력이 없다. 
  • 간이 아프다면, 그 녀석 실컷 아파버려라!
  • 가장 지저분한 것이 뭐냐 하면, 나란 놈은 심술궂은 인간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악에 받친 인간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괜스레 참새들이나 놀래는 주제에 그걸 자기 위안거리로 삼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 속으로 수치스럽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내가 그 순간 겁을 먹은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무한하기 그지없는 허영심이 발동해서였다.
  •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 무렵엔 그들을 경멸하다가도 어쩐지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나는 방탕의 주기가 끝나면 토악질이 날 만큼 메스꺼워졌다. 밀려드는 회한, 나는 그것 쫓아내려 했다.

 

인간 혐오를 빙자한 자기 혐오 

 

  • 인간이란 원래 어리석으니까, 이례적일 정도로 어리석지 않은가.
  • 그것도 이따금씩은 가장 점잖지 못한 축에 들어가는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스스로를 배반해 왔다. ... 이렇게 이상한 성질을 부여받은 생명체인 인간에게서 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 인간의 일이란 오직 자신이 오르간 스톱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시시각각 증명하려는 데 있으니까! ... 그러니 어떻게 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인간이 하는 일은 오직 이 2 x 2 = 4를 찾아 대양을 항해하는 것뿐이지만, 또 이 탐색의 과정에서 삶을 희생하기도 하지만 정말로 그걸 찾는 것, 발견하는 것은 맹세코 어쩐지 두려워한다.
  • 당신은 그놈의 의식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실은 그저 망설이고 있을 뿐인데, 이는 당신의 머리는 작동하고 있으되 당신의 마음은 방탕으로 인해 어둠침침해졌기 때문이오.
  • 인간이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거짓말을 늘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지적으로 성숙했고 점잖은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무한히 까다롭지 않고서는, 또 어떤 순간엔 자신을 증오할 만큼 경멸하지 않고서는 허영심에도 사로잡힐 수 없다.

 

와닿는 구절 / pages(민음사 기준)  

 

  • 이성은 오직 이성일 뿐이어서 오직 인간의 이성적 판단력만을 만족시킬 뿐이지만, 욕망은 삶 전체, 즉 이성과 온갖 긁적임을 포함하는, 인간의 삶 전체의 발현이다.
  • 1부 9
    • 인간을 낡은 습관으로부터 떼어놓고 과학과 상식의 요구에 맞게 인간의 의지를 교정하고자 한다
    • 정상적인 이익에 역행하지 않는 것이 정말로 는 인간에게 이롭고 전 인류를 위한 법칙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확신하는가? ... 설령 이것이 논리의 법칙이라고 할지라도, 인류의 법칙은 절대 아닐 수 있다.
    • 인간은 무엇보다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동물로서 의식적으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공학에 종사할, 즉 어디를 가든 영원히, 끊임없이 자기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는 이따금씩 갑자기 엉뚱한 쪽으로 빠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 대체 무엇 때문에 파괴와 혼돈을 또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 그땐 더 이상 찾아 헤맬 대상이 아무것도 없을 것임을 직감하는 것이다.
    •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적어도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때마다 매번 그에게는 뭔가 어색한 것이 나타난다. 목적 달성이야 좋아하지만 완전한 달성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것인데... 
    • 여러분은 왜 그렇게 확고하게,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오직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것 하나만이, 한마디로 말해서 오직 안락 하나만이 인간에게 이롭다고 확신하는가? 무엇이 정말 이익인지를 놓고 이성이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혹시 고통도 딱 그만큼 사랑하는 건 아닐까?
    • 고통이야말로 실상 의식의 유일한 원인이니까. 처음에는 의식이란 것이 내 생각으로 인간에게 있어 크나큰 불행이라고 말했지만, 인간이 그것을 사랑하여 그 어떤 만족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의식적인 관성이 낫다!
  • 당신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그 헛소리에 만족하고 있소. 뻔뻔스러운 소리를 지껄이면서도 그 때문에 끊임없이 겁을 집어먹고 용서를 구하잖소.
  • 추억이 나에게는 수백 개는 족히 있는데, 때때로 그 수백 개 중 하나가 툭 튀어나와서 나를 짓누른다.
  • 1부 - 5
  • 45 페이지
  • 85-86 페이지
    • 나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적 감각으로 억누르고 싶었던 것이다.
    • 나는 밤마다 고립 속에서 남몰래 두려움에 떨며 더러운 방탕에 빠지곤 했는데, 가장 역겨운 순간에도 수치심은 나를 떠나지 않았으며 그런 순간이면 심지어 나 자신을 저주하기에 이르렀다.
    • 나는 내 영혼 속에 지하를 담고 다녔다.
  • 90페이지 전체
  • 하지만 이런 몽상에 침잠함으로써, 이런 '한결같이 아름답고 숭고한 것 속으로 숨어듦으로써' 내 얼마나 많은 사랑을, 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랑을 경험했던가. 설령 환상적인 사랑일지라도, 설령 실제 인간사에는 절대 적용되지 못하는 사랑일지라도 어떻든 그것이, 그 사랑이 너무나 많이 넘쳐 났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고 싶은 욕구조차 느껴지지 ㅇ낳았다. 이런 욕구는 잉여적인 사치였을 테니까.
  • 150p
  • 178-179p
  • 182-185p
  • '뭘 위해 파렴치한 가면을 써야 된단 말인가? 아니, 뭐가 또 파렴치하단 말인가? 어제 내 말은 진심이었단 말이다. 지금도 기억나지만, 나의 내보에도 참된 감정이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내부에 고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고.. 그녀가 좀 울었다면 그건 좋은 일이고 그건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 206-209p
  • 211p
  • 215-218p

 

 

리뷰

 

  1.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음침한 강약약강,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찌질함'에 관한 이야기
  3. 이 책은 여러 번 읽을 예정이다. 지금 리뷰를 쓰면서 다시 읽고 있는데, 그때 안 들어왔던 구절이 머리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4. 도스토옙스키 작품이 다 그렇지만, 한 번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페이지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어서 구절과 페이지를 추리기가 어려웠다.
  5. 와닿는 구절은 회독을 거듭할수록 수정할 예정이다.
  6. 내가 생각하기에 주인공은 남을 혐오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가 뱉은 남을 혐오하는 듯한 말에는 스스로를 혐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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