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수어사이드 | 제프리 유제니디스 - 교보문고

버진 수어사이드 | 오늘날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뉴요커》)라는 평을 받은 유제니디스의 대표작 실화 바탕으로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추억과 기성 세대와의 갈등 다룬 작품 그날 아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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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 suicide

What was that she cried?

No use in stayin'

On this holocaust ride

She gave me her cherry

She's my virgin suicide

처녀 자살

그녀가 외친 건 뭐지?

더 머물러 봐야 소용없어

이 죽음의 전차에

그녀는 내게 순결을 주었지

그녀는 나의 처녀 자살

- Cruel Crux "Virgin Suicide"(4장 中).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최근에 자살에 대해 생각할 사건들이 종종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 많은 일들이 안 풀리면서 굉장히 우울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어느 날엔가 그런 글을 올렸는데 친구가 봐버렸다. 공개적인 곳에 올린 글이니 보든 말든 그건 상관이 없었다. 근데 더 문제였던 건 그 친구도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금방 벗어나서 인생에 심한 영향을 끼칠 수준은 아니었는데, 내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에는 심도있는 치료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를 못 보는 동안 서점에 무작정 달려가 열어본 책이 이 책이었다.

무엇이 자살을 낳는가. 내 친구를, 나를 그렇게 만들어 가려고 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샀고, 금방 읽었다.

 

🖋 The Best Phrase

"아가, 여기서 뭐 하는 게냐? 너는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 만한 나이도 아니잖니." 그제서야 서실리아는 유일한 유언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미 고비를 넘긴 그 시점엔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요, 선생님은 열세 살 소녀가 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왜 죽으려고 했냐고 묻자 그냥 "실수였어요."라고 대답할 뿐 아무리 캐물어도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러한 - 간단하고, 인간적이고, 양심적이고, 관대한 - 행동들은 삶을 지탱해 주는 수단이다.

"'슬픔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라고 말했지. '하지만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요.' 내가 이 말을 기억하는 건 나중에 다이어트 제품 광고에서 써먹었기 때문이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체중이 느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너희도 아마 봤을 거다."

우리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 애들의 어머니로서, 자식들이 자살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정말로 무서운 거야. 나도 이유를 모르거든. 자식이란 한번 품에서 벗어나면 그다음엔 완전 남인 거야."

돌이켜 보니 서실리아의 자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일을 충격적으로 여기지 않았고,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조물주의 존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허치 씨의 말대로 "모두가 서실리아를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실리아의 자살은 가까운 이들에게 전염되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되었다.

애초에 서실리아가 어떻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전염 과정만 설명되었을 뿐이다.

집 안의 물건들은 의미를 잃었다. 침대 옆 시계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행로를 표시하는 세상에서 시간이라 불리는 그 무엇을 일러 주는 플라스틱으로 찍어 낸 덩어리가 되었다.

"그 애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니야. 서실리아와의 추억을 지키려고 한 거지."

우리는 리즈번 재미들을 가엾게 여겼고 끊임없이 그 애들을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서서히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책 여백에 럭스는 이렇게 썼다. "난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그 소망은 어디까지를 의미했던 걸까? 돌이켜 보니, 리즈번 자매들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귀담아듣지를 못했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본 나머지 정작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놓쳤던 것이다. 그 애들이 달리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었겠는가? 부모도 아니고, 이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집 안에서는 죄수였고, 밖에서는 문둥병 환자였다. 그리하여 리즈번 자매들은 누군가 - 우리 -가 그들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며 세상으로부터 숨어 버렸던 것이다.

결국 그들이 몇 살이었는지 그들이 여자였는지와 같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듣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져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1장

  •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家)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 "아가, 여기서 뭐 하는 게냐? 너는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 만한 나이도 아니잖니." 그제서야 서실리아는 유일한 유언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미 고비를 넘긴 그 시점엔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요, 선생님은 열세 살 소녀가 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 "그 집 딸들을 생각하면 안됐어. 인생을 그렇게 허비하다니."
  • 왜 죽으려 했냐고 묻자 그냥 "실수였어요."라고 대답할 뿐 아무리 캐물어도 입을 꾹 다물었다.
  • 떨어지는 동안 그녀의 뇌가 계속해서 번득였는지, 자기가 저지른 짓을 해회했는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울타리의 뾰족한 쇠창살을 제대로 쳐다볼 시간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실리아가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 이 세상에서 탈출하려던 그녀의 두 번째 시도가 성공을 거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2장

  • 우리 도시의 시신 매장이 전면 중단되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을 때에도,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리즈번 부부 역시 그 딸들이 일제히 자살하기 전까지는 묘지 파업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아이들이 먼저 나왔는데,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멍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때 그 표정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말들을 했다.
  • 신기하게도, 우리는 서실리아가 죽은 후에도 살아 있을 때와 다름없이 그 애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 나갔다.
  • 일기장에 그려진 그림 대부분이 밝은 분위기였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화려하게 꾸며진 그 페이지들에 마치 해독할 수 없는 절망을 의미하는 상형문자라도 담겨 있는 것처럼 굴었다.
  • 일기를 읽어 가면서, 비록 서실리아가 언제나 모든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긴 했지만 실은 우리 중 그 누구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음을 점차 깨달았다. 심지어 그녀 자신에대해서조차 말이다. 서실리아의 일기는 자아 정체성의 발달 과정을 거의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청소년기에 관한 희귀한 자료이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불안감이나 슬픔, 짝사랑이나 몽상 같은 것들은 증거물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 일기 속엔 리즈번 자매들이 자살한 이유보다 그들이 어떻게 지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다.
  • 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서실리아는 언니들 이야기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종류의 개인적인 서술에서 멀어지기 시작하고, 일인칭 단수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된다.
  • 그래서 뷰얼 씨는 구급차가 다녀갈 때까지 서실리아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우리 집은 우리 집대로 문제가 있었으니까."

3장

  • 훗날 일어난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미 그 집 곳곳에선 부정한 일이 일어날 징조가 보이고 있었다.
  • 하지만 모두가 그 아이들을 걱정한 것은 아니다. 서실리아의 장례를 채 치르기도 전에 어떤 이들은 그 애가 뛰어내린 울타리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언젠간 일어날 사고였어." 보험회사에 다니는 프랭크 씨의 말이었다. "그런 걸 보장해 주는 보험은 없다고."
  • 우리는 부모님들이 그걸(형편없는 잔디) 묵인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잔디 문제는 평상시 같으면 경찰을 부를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그들도 말이 없었고, 우리 부모님들도 말이 없었다. 우리는 어른들이 얼마나 옛날 사람들인지, 정신적 충격과 우울함과 전쟁 같은 것에 얼마나 길들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이 세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이 아니고,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잔디를 돌보고 잡초를 뽑아 댄다 한들 사실 잔디 따위에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 이러한 - 간단하고, 인간적이고, 양심적이고, 관대한 - 행동들은 삶을 지탱해 주는 수단이다.
  • 그 애들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럭스는 바보처럼 낄낄 웃어 댔고, 보니는 코르덴 치마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둔 묵주를 만지작거렸으며, 메리는 대통령 영부인 같아 보이는 옷을 입었고, 터리즈는 복도에서도 보안경을 쓰고 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로부터, 다른 여자애들로부터,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멀어져 갔다.
  • 아버지, 형, 숙부 들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고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우리를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우리는 녀석이 아무리 꼬박꼽가 사물함에서 책을 챙겨 온다 한들 그것은 소품에 불과하다는 것, 그의 운명은 학구적인 길보다는 자본주의를 향해 뻗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118-119p
  • 자살 사건들이 있었던 해에 리즈번가의 낙엽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모두가 낙엽을 긁어모았던 토요일에 리즈번 씨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낙엽을 쓰는 중간중간에 리즈번 씨네 집을 쳐다보니, 담벼락에는 가을의 축축함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고, 지저분하고 얼룩덜룩한 잔디밭은 점점 더 말끔하고 푸르게 변해 가는 다른 잔디밭들에 포위당해 있었다. 우리가 낙엽을 쓸어 내면 쓸어 낼수록 리즈번 씨네 마당엔 더 많은 낙엽이 쌓여 가는 듯하더니, 결국엔 나무 덤불의 숨구멍을 모두 막고 현관 앞 계단의 첫째 단까지도 뒤덮어 버렸다. 그날 밤 우리가 모닥불을 피우자 다른 모든 집들은 오렌지색으로 빛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성큼 나오는 듯했지만, 여전히 컴컴한 리즈번 씨 집만은 터널처럼, 공터처럼 연기와 불꽃이 그냥 통과해 버렸다. 몇 주가 지나도록 그 집 낙엽은 그대로였다. 그 낙엽들이 바람에 날려 다른 집 잔디밭까지 넘어가자 곳곳에서는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이건 우리 집 낙엽이 아니라고." 앰버슨 씨가 낙엽을 쓸어 담으며 투덜거렸다. 그 후 비가 두 차례 내려서 낙엽들이 척척한 갈색으로 변하자, 리즈번 씨네 잔디밭은 진흙탕처럼 보이게 되었다.
  • 지난여름 우리 시의 신문들은 지루하다는 이유로 서실리아의 자살을 보도하지 않았다.
  • 절망한 영혼들의 소식이 거의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었다.
  • 서실리아의 자살 얘기를 하는 동안, 라킨 씨는 눈에 물수건을 올린 채 긴 의자에 누워 일광욕만 즐길 뿐 아니라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더라고 증언했다.
  • 무엇보다 그때는 다른 동네에서는 이미 서실리아의 자살이 잊힐 시점이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점점 더 망가져 가는 리즈번 씨의 집의 모습이 계속해서 그 안에 내재된 문제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훗날 그 집에 더 이상 구할 수 있는 딸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던텐 부인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자기였음을 실토했다.
  • "가까운 이웃이 곤경에 처해 있는데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잖니. 우리 동네 주민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고."
  • 기사는 그 무렵 급속하게 퍼지던 "인간적 흥미" 위주 기사들의 전개 방식에 따라, 리즈번가의 모습을 매우 선정적인 어휘들로 묘사하고 있었다.
  • 서실리아에 대한 지극히 피상적인 서술이 끝난 후에는 그녀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짓고 있다.
  • 이 기사는 선정주의를 피해 사회적 위험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다음 날에도 펄 양은 십 대들의 자살에 대한 전반적으로 서술한, 도표와 그래프까지 곁들인 기사를 실었는데, 서실리아는 오직 첫 문장에만 언급되고 있다.
  • 그들은 정신과 상담을 너무 많이 받은 나머지 자기들도 진짜 이유를 알 수 없게 돼 버린 게 확실했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에만 충실한 그들의 답변은 미리 연습한 것처럼 들렸고, 나머지 말들은 죄다 횡설수설이었다.
  • 많은 사람들이 사건이 벌어진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신문 기사와 텔레비전 쇼 들이 쏟아지는 것에 반감을 느꼈다.
  • "신문에서 매일같이 자살에 대해 떠들어 댔지만 학교에서는 그해 내내 한 번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나요?"
  • "'슬픔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라고 말했지. '하지만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요.' 내가 이 말을 기억하는 건 나중에 다이어트 제품 광고에서 써먹었기 때문이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체중이 느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너희도 아마 봤을 거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도의 날이 애매모호한 휴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그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은 비극을 전교에 퍼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 서실리아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그들은 그 애가 안 좋은 결말을 맞게 될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리즈번 자매들을 동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실리아만 날 대부터 괴물이었던 것처럼 말했다.
  • 사람들은 서실리아의 자살에 얽힌 수수께끼에 대해 차츰 말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나 덮어 두는 편이 나은 일로 생각했다.
  • 어떤 사람들은 동정하기까지 했다. "애 엄마가 제일 안됐어." 유진 부인이 말했다. "자기가 뭔가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평생 고민할 거 아냐." 고통받고 있던 나머지 리즈번 자매들로 말하자면, 그들은 점점 케네디가 사람들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 "리즈번 부인은 슬픈 종족의 후예야. 서실리아 때문만은 아니었어. 슬픔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었지."
  • 서실리아가 죽던 날 그 깃대에 조기가 게양됐지만, 때가 여름이어서 잔디밭 인부들 외에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4장

  • 그런 비극을 겪었는데도 리즈번 부인은 가까이하기 쉬운 사람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말 못할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 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 우리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 애들의 어머니로서, 자식들이 자살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정말로 무서운 거야. 나도 이유를 모르거든. 자식이란 한번 품에서 벗어나면 그다음엔 완전 남인 거야."
  • "그 의사는 우라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했어. 그게 다 로널드와 내 탓인 것처럼 말했다고."
  • 188-189p: 학교-성당만 오가게 하며, 럭스의 레코드판을 강제로 불태워버림.
  •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할머니에게서 엄마를 거쳐 딸들에게로 내려오는 일방적인 명령만 있을 뿐이었다.
  • 그 집은 젊음을 숨 막히게 하는 막막한 안개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고, 이제는 어른들까지도 그 집이 얼마나 음침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이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이때는 벌써 세 번째로 보는 출동이다 보니, 사이렌 소리도 체이스더러 집에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뷰얼 부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만큼이나 친숙하게 들렸다.
  • 우리 중 다수가 그때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었고 나머지 죽음들이 이어지는 동안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흔한 증세는 소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 "이게 웬 난리냐? 구급차를 왜 불렀어?" "집에서 나오려면 그 수밖에 없었어요."
  • 그 애가 한 말이 사실이었고, 정말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으리라는 데 동의했다.
  • 그 애는 깊은 현실 부정에 빠져 있었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게 분명했고 -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지요 - 자신의 문제나 동생 서실리아의 문제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어요.
  • ALS(자살로 죽은 청소년)의 형제들이 슬픔을 극복하려는 방편의 하나로 자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한 가정 내에서 자살은 반복될 확률이 높다. - 이 이론은 몇 달에 걸쳐 입으로 옮겨지는 동안 문제를 단순화해 버리는 특성 덕에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서실리아의 자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일을 충격적으로 여기지 않았고,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조물주의 존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허치 씨의 말대로 "모두가 서실리아를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실리아의 자살은 가까운 이들에게 전염되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되었다.
  • 애초에 서실리아가 어떻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전염 과정만 설명되었을 뿐이다.
  • 자살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다는 사실이 이 가설에 신빙성을 부여해 주었다.
  • 집 안의 물건들은 의미를 잃었다. 침대 옆 시계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행로를 표시하는 세상에서 시간이라 불리는 그 무엇을 일러 주는 플라스틱으로 찍어 낸 덩어리가 되었다.
  • 지금까지 서서히 진행되었던 그 집의 퇴락은 이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 우리는 그 애들이 아버지에게 부과한 짐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점점 시들어 가는 딸들을 보려고 해도 좀처럼 떠지지 않는 붓고 충혈된 눈... 닳아 버린 신발. 딸들을 불쌍히 여기며 죽어 가고 있는 흙빛 얼굴. 자신의 삶에 언제까지나 이런 죽음만이 가득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내의 절망적인 모습.
  • "이상했어. 선생님의 숨 냄새며 별의별 냄새를 다 맡으면서도 벗어날 생각이 안 들더라고. 깜둥이들 밑에 깔렸을때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온몸이 짜부라져 잇는데도 왠지 평화롭고 그런 기분이었어." 어떤 이들은 그가 일을 계속한다는 사실에 감탄해 마지않았고, 어떤 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며 비난했다. 그는 점점 초록색 양복을 입은 해골처럼 변해 갔다.
  • 디니플라이셔는 서실리아가 자살하고 얼마 뒤부터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기 가정도 꾸려 나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고, 리즈번 씨 집이 퇴락해 갈수록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커져 갔다.
  • 그는 해고되었다. ... 이제 그 집은 정말로 죽어 버렸다.
  • 그 애들의 고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려 애쓰는 것은 의사들이 우리에게 요구하곤 하는 자가 진단과 흡사하다.(우리도 이제 그런 것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임상의와 같은 객관성을 가지고, 우리 몸은 가장 은밀한 부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눌러 보고, 그것의 해부학적 실재성에 감명받을 것을 강요당한다. 해부학적 실재성이란, 이를테면 작은 바닷말로 만든 둥지 속에 거북 알 두 개가 들어있는데, 거기에는 들어가고 나가는 관들이 연결돼 있고 연골로 이루어진 결절들이 손잡이처럼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흐릿한 지도만을 가지고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덩어리와 실타래 들 사이에서 난데없는 침입자를 찾아낼 것을 요구당한다. 직접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등을 대고 가만히 누워서, 찾다가 움찔하고 또다시 찾다가 신이 인간에게 만들어 준 혼란 속에서 죽음의 씨앗을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리즈번 자매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들의 깊은 슬픔을 느끼자마자, 그 특별한 상처가 치명적인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혹은 애초에 그것이 상처이기는 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따듯하고 축축한 곳에 나는 상처라면 입에 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심장이나 무릎에 난 상처일 수도 있다. 진실은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리와 팔을 더듬어 올라가서 부드러운 몸통을 지나 상상 속 얼굴에 다다르는 것뿐이다. 그 얼굴은 우리엑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말을 들을 수 없다.
  • 마치 할머니가 웅얼거리는 그리스어로 "사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라고 그 애들에게 충고해 주는 것 같아 보였다.
  • 이미 오래전부터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캐러필리스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 결국 할머니를 놀라게 한 것은 죽음이 아닌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 "우리 그리스인은 기분파야. 그래서 자살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딸이 자살했는데 크리스마스 전구를 단다는 거, 그건 말이 안 돼. 우리 할매가 미국에서 죽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다들 왜 그렇게 행복한 척 꾸미는가였어."
  • 나중에 신문들은 '동반 자살'에 대해 보도하면서, 리즈번 자매들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로봇과 같아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 여기서 네 소녀의 고통은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보지 못할 때"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고작 한 단락으로 요약되어 있고, 리즈번 자매들은 달력에 검은색으로 엑스 표시를 하거나 악마 숭배 의식에서 서로를 잡고 있는, 누가 누군지 서로 구별도 안 되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 Virgin suicideWhat was that she cried?No use in stayin'On this holocaust rideShe gave me her cherryShe's my virgin suicide(영어로 읽어야지 어색하지 않은 곳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원작 구절로 가져와봤다.)
  • (위 가사에 대하여) 이 가사는 어둠의 힘, 즉 우리가 책임질 필요없는 어떤 공통의 거대악이 네 자매를 에워싸고 있다는 견해와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리즈번 재미들의 행동에 공통된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 "그 애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니야. 서실리아와의 추억을 지키려고 한 거지."
  • 우리는 리즈번 재미들을 가엾게 여겼고 끊임없이 그 애들을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서서히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 일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 Make It With You Hey have you ever tried Really reaching out for the other side? I may be climbing on rainbows But, baby here goes Dreams they're for those who sleep Life is for us to keep And if you're wond'ring What this song is leading to I want to make it with you.(그대여,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세상의 저편에 닿으려 해 본 적 있나요? 난 지금 무지개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대 내 말을 들어 봐요. 꿈이란 잠자는 사람들을 위한 것 삶이란 우리를 지켜야 하는 것 이노 래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면, 나 그대와 사랑하고 싶어요.) - Bread - Make it with you 중
  • 책 여백에 럭스는 이렇게 썼다. "난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그 소망은 어디까지를 의미했던 걸까? 돌이켜 보니, 리즈번 자매들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귀담아듣지를 못했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본 나머지 정작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놓쳤던 것이다. 그 애들이 달리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었겠는가? 부모도 아니고, 이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집 안에서는 죄수였고, 밖에서는 문둥병 환자였다. 그리하여 리즈번 자매들은 누군가 - 우리 -가 그들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며 세상으로부터 숨어 버렸던 것이다.
  • 펄 양은 그들이 점점 더 바닥으로 가라앉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서술했다. 그녀는 생을 살아 보려는 그들의 마지막 시도 - 보니가 제단을 돌보았던 것이나 메리가 밝은색 스웨터를 입었던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묘사했고, 그녀가 보기에 리즈번 자매들이 자신들의 안식처를 만드는 데 사용한 돌의 이면에는 하나같이 진흙과 벌레가 붙어 있었다. 촛불은 이승과 저승 양쪽 모두를 비추는 양면 거울이었다. 그것은 리즈번 자매들이 서실리아를 이승으로 불러내는 통로이기도 했지만, 서실리아가 언니들을 저승으로 부르는 통로이기도 했던 것이다. 메리의 밝은색 스웨는 예뻐지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강렬한 욕구를 드러낼 뿐이었고, 터리즈의 헐렁한 셔츠는 "자존감 결여"를 나타냈다.
  • 그 애들이 뭘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단박에 알아차리 룻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방황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행동의 의미를 유추해 낸 것은 폴 발디노였다. "도망치려는 것 같은데." 그는 쌍안경을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279-280p: 나머지 자매들의 자살

5장

  • 몇몇 사람은 그것을 "너마저 가다니."로 들었고, 대학교 때 연극을 했던 오코너 부인은 "하지만 너무 잔인해."로 들었다.
  • 엄밀히 말해 메리는 한 달을 넘게 살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징 낳았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리즈번 자매들을 과거 시제로 말했고, 어쩌다 메리를 언급할 때에도 다들 속으로는 그녀가 한시라도 빨리 끝나기를 빌었다. 사실 그 애들이 자살한 데 놀란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사람들은 그 애들의 자살이 계절이 바뀌거나 나이가 드는 것처럼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리즈번 자매들의 자살 이유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 287-293p: 그들의 자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들
  • 리포터들은 리즈번 자매들이 왜 자살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 우리 자신에 대한 얘가가 실제 상황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 리포터들이 우리 인생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줄 것처럼 그들의 헛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이 각색한 텔레비전 속 이야기에 점점 동의하는 듯했다.
  • 자살과 관련된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자, 리즈번 부부는 정상적인 생활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
  •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정신적 파산을 가져오기도 했지."
  • 이 나라의 핵심에 있는 병든 그 무엇이 그 소녀들을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 리즈번 자매들은 이 나라의 문제점과 그것이 선량한 시민에게까지 가하는 고통의 상징이 되었다.
  • 물론 그때는 메리가 아직 살아 있을 때였지만 명판은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 "난 끝났어." 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잘 있거라, 잔인한 세상아!" 그는 몸을 굴려 다시 호수에 빠지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붙잡았다. "너희는 날 이해 못 해." 그가 말했다. "난 십 대야. 나한테는 문제가 있다고!"
  • 수면제를 잔뜩 삼키고 침낭 속에 누워 있는 리즈번가의 마지막 딸이었다.
  • 빈스 푸질리는 록 콘서트에서 하는 것처럼 라이터 불을 치켜들었다. 그것이 우리는 그녀를 위해 피울 수 잇는 최고의 영원한 불꽃이었다.
  • 우리가 얘기를 나눈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 동네의 쇠락이 리즈번 자매들이 자살하고 난 뒤부터 시작됏다고 말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그 애들을 욕했지만 조류가 서서히 바뀌면서 그 애들은 희생양이 아닌 선각자로 여기게 되었다.
  • 사람들은 그 애들이 자살한 개인적 이유, 스트레스 장애니 신경전달물질 결핍이니 하는 것들은 점점 잊어버리고, 대신 그 애들의 죽음을 퇴락을 예견한 선견지명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 결국 그들이 몇 살이었는지 그들이 여자였는지와 같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듣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져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 리뷰

  1. 118-119p
  2. 287-293p
  3. 자살이란 건 없다. 타살이다. 보이지 않는 살인. 그것도 집단 살인 사건이다.
  4. 주변 사람들 때문에 죽음까지 가려했던 나로서는 이 책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자살까지 생각해본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분명히 공감이 될 것이다.
  5. 단, 지금 병중에 있다면 읽지 않는 것을 권한다. 위로가 된다면 참 좋겠지만, 오히려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영어 원문으로 다시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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